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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에서는 지난 3월 11일 2019학년도 자발적 학부모 참여 교육공동체 실현을 위한 학부모회를 구성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로 배부했다.

교육청에서는 이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학부모회 임원을 선출하고 운영하며 울산 관내 학부모회 간 소통과 정보교류로 학교 참여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교 내 학부모회 네트워크를 구성함에 있어 전체 학부모 명단,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학부모회 임원에게 제공하고 학부모회 담당교사로부터 학부모회 구성 현황 및 개인 정보를 교육청으로 보고하게 해 결국 교육청에서 일선학교 전체 학부모 명단 및 연락처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교육부에서 '개인정보보호법'시행 이후 '개인정보업무처리사례집'등을 통해 학부모 신상정보 수집을 최소화해 학생간 위화감 조성을 예방하고 학부모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문으로 일선 학교에서 전체 학부모의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아 연락처를 수집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이는 학교 교직원 업무 경감과 교육부가 그간 노력해온 '과도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 관행 개선'에 역행하는 구태의연한 교육행정이 아닌가에 대한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보수교육감 시절에도 학부모회를 운영했지만 정치적 행동으로 보여져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부정적 여론으로 해체됐다가, 이번 진보교육감 공약으로 자발적 학부모 참여 교육공동체라는 명목으로 부활했지만 공문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교육청이 주도하는 관치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결국 학부모회가 교육감 이념을 따르거나 정책 실현을 지원하는 정치적 단체로 변질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도 따르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학부모회의 취지를 학교 내 네트워크, 학부모회 담당교사 네트워크, 울산전체네트워크 등으로 구성해 학부모회를 소통과 정보 교류의 장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학교 관계자 및 학부모들은 이 또한 일부 학부모 중심으로 의사가 전달돼 여론을 형성하고 조작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소수가 참여하는 그들만의 교육공동체가 아닌 다수가 적극 참여하고 소통하는 모두의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이번 공문의 하달로 업무 처리를 위한 교육현장 부담도 고민해야 한다. 일방적인 공문 하달로 일선 학교에 업무를 강요하는 것은 하급 기관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학교업무 감소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상·하급기관이 통할 때 가능하며 그것이 진정한 공감 공동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행위를 보면 진보 교육감과 보수 교육감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울산교육청의 전국 교육 만족도 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는 현 교육감이 일부 편향된 세력의 목소리만 경청하고 대다수 시민 의견을 묵살함으로써 다양한 의견 청취를 하지 못해서 오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학부모회 구성 및 운영 공문으로 보면 일선학교에서는 계획 수립, 학부모회 가정통신문 발송, 회의 소집, 구성 및 명단 보고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고 수시로 각종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교원 업무 경감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의 가중이며 교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교육추진단을 신설하고 학교가 학생 교육활동 지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교업무정상화추진단을 발족했으나 학교업무정상화 추진단 활동마저도 지지부진하다고 하니, 과연 실질적인 학교업무 경감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종 위원회, 기구들이 신설되는 것은 일선 학교에 업무가 증가되는 요인이고,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오히려 낭비할 수 있다는 점을 울산교육청에서는 깊이 인식하여 부디 학교를 위한 행정을 펼쳐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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