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먼지가 되어
  • 울산신문
  • 승인 2019.03.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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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름 피아니스트

"저것 좀 봐~ 예뻐라~" 기분이 좋아질 만큼의 차가운 공기를 맡으며 아침 문밖을 나서면 나무에 꽃봉오리들이 몽울몽울 맺혀있다. 그 옆에 활짝 핀 꽃들, 벌써 떨어져 버린 꽃들 뭐 하나 이쁘지 않은 것이 없는 봄날이다. 

꼬맹이들은 기분 좋아 저 멀리 벌써 뛰어가고 나는 또 조심하라 소리치고 매일 같은 아침의 연속이지만 망울 맺혀있는 꽃들을 보니 괜히 마음이 들떠 오늘은 색다른 날이 될 것만 같은 기대를 살짝 해본다. 잠깐동안 기분이 좋아져 차가운 공기 깊게 들이마시고 앞을 쳐다보니 유치원 차량 기다리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무리가 마스크를 쓰고 삼삼오오 서있다. '아~~' 괜히 민망해져서 꼬맹이들한테 '손으로 입 요렇게 요렇게 가려봐~'하고 머쓱하게 말한다. 

미세먼지 거기에다 초미세먼지 까지 더해져 마스크 못 챙겨주는 나쁜 엄마로 만들어 한 번 더 날 괴롭힌다. 며칠 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진 기사를 읽었다. 미세먼지가 안 좋은 건 맞지만 마스크를 써서 숨쉬기가 어려워지면 그것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으며 등등의 이유들이었는데 뭐가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 마스크를 써서 숨쉬기가 어려우면 벗는 거고 마스크를 안 써서 숨쉬기가 어려우면 쓰는 거지 뭘 이렇게까지 논쟁을 펼칠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 왈,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뿌연 날도 있다며 울산은 공기가 좋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마도 바깥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 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들의 말이 참 어색했다. 예전엔 공장이 많아 공기 안 좋지 않냐고, 울산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했었는데… 봄날 이리도 화창한데 미세먼지 수치를 보고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 잔혹한 날들의 연속이 될까 한숨이 나온다.  

더 깊은 한숨 짓게 하는 봄날을 강타한 사회적 이슈들도 많았는데 연예인들의 비도덕적인 행동들이 까발려지며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지만 도를 넘어버린 행동들에 결국 구속되었다. 그중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 활동하게 된 정준영은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란 노래를 부르며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 지금 그의 신세가 정말 먼지처럼 되어버렸다.  

노래의 첫 소절인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에는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나네요' 이 가사는 또 어쩜 이리도 요즘에 맞을까 싶다.  

꽃봉오리들이 피어나고 만개한 꽃을 보며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 :Johann Sebastian Bach> 에 대해 적어볼까 하다 너무 어려울까? 혹은 지겨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면서 글을 적어 내려가다 정확한 노래의 첫 소절을 접하고 이런 우연이 있나 하며 웃음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김광석이 말하는 '바하'는 내가 말하는 '바흐'일 것이다. 일본식 독일어가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바하'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사실 이건 완전히 틀린 발음이긴 하다. 뭐 어찌 됐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완전히 나만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쉽게 그냥 말하면 되는 거였는데 하고…  

완전한 피아노가 생기긴 전 작품들이다 보니 지금의 피아노로 바흐의 곡을 치게 되면 제약들이 많다. 만약 바흐도 지금의 피아노를 알았더라면 이렇게 치면 좋아할 거야 라게 치면 좋아할 거야 라고 우겨도 보지만 그래도 그건 바흐가 아니지 하고들 말하니 난 늘 바흐의 작품이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바흐의 위대한 작품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지금은 독일어로 피아노를 클라비어라고 하지만 바흐 시대의 클라비어는 그 당시 건반이 달린 악기들을 말하는 것으로 지금의 피아노 전신이 되는 악기들을 칭한다)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피아노작품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할 만큼 서양음악에 있어서 바흐를 말할 땐 바흐 이전과 바흐 이후로 시대를 논할 만큼 그는 중요한 인물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가 '평균율곡집'을 듣고 한 말이다. '듣게 해주고 느끼게 해주오. 소리가 마음에 속삭이는 것을 생활의 차디찬 나날 속에서 따스함과 빛을 내리시기를' 평생을 교회음악가로 살았던 바흐의 음악 속에서 겨울내 잠들어있던 만물이 깨어나는 봄과 같은 마음의 따스함과 평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둑해진 오후에 내려가 보았더니 꽃들이 아침보다도 조금 더 피었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벚꽃은 벌써 새하얗게 올라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밝게 길을 밝힌다. 

"곧 봄눈이 내리겠다. 그치?" 곧 새하얀 벚꽃들이 바람에 눈처럼 날리겠다. 봄 눈이 내리면 겨울은 이제 정말 사라지겠다. 봄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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