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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긴 조선업계가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조선발 악재로 신음하던 울산·부산·경남 등 동남권 경기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개선세를 나타냈다. 다만 생산성 저하, 원자재가 인상 등 악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보니 최근 수주잔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조선 업계의 실적 회복은 다소 더딜 것으로 진단됐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27일 내놓은 '울산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저점을 기록한 지역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노후선 교체시기 도래와 내년으로 예정된 선박 환경규제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지난 2월까지 6,000억 원 규모의 LNG선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등을 수주한 바 있다. 특히 글로벌 신조선가가 지난 2월 기준으로 전년동월대비 3.0% 상승하고 벌크선, 유조선, LNG선도 같은기간 각각 8.6%, 5.9%, 1.8% 올라가면서 대형선박 생산비중이 큰 울산 조선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향후 대형선박 중심의 수주물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이를 내다보고 2020년까지 VOC(휘발성유기화합물)저감장치, 소재자동화라인 등 대형선박 생산중심의 설비변경과 관련한 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조선업계의 반등은 바닥권까지 추락한 지역경기도 소폭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15개 지역본부의 권역별 1분기 경제 동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담은 '지역경제 보고서'(2019년 3월호)에 따르면 1분기 생산이 동남권에서만 소폭 개선됐다. 다른 지역의 경우 제주권은 소폭 악화했고,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강원권은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조선업이 이처럼 수주잔량을 늘려가며 경기 개선을 이끌고 있지만, 당분간 업계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중 낮은 선가로 수주한 물량이 남아있는 데다 후판 가격의 추가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숙련인력의 해외 유출(2017년 구조조정)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실적 개선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울산본부 전형재 조사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최대규모의 조선사가 되어 기술적 시너지 효과 및 비용절감을 통한 수주물량 확대 등도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양사 노조의 합병 반대와 이에 따른 파업 리스크, 경쟁국의 독과점 관련 WTO 제소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양사의 합병이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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