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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이름과 행정상의 명칭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구 유곡동에 사는 주민이 행정업무를 보려면 태화동 주민센터를 찾아가고 호계나 매곡에 사는 주민들이 동사무소 업무를 위해서는 농소1동과 2동 사무소를 어렵게 찾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울산시 중구가 행정동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 편의를 위해 획일적인 1, 2, 3동식으로 지어진 이름을 지역 역사성에 맞는 이름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중구에 따르면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행정동 명칭 변경에 대한 1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60%를 넘긴 곳은 반구 1, 2동과 병영 2동으로 나타났다. 병영은 1동 주민들의 반대가 많아 변경대상에서 제외하고 반구동만 우선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 1차 조사에서 반구동의 다른 이름에 대해서는 1동은 반구동과 내황동, 2동은 구교동과 서원동을 선호했다고 한다. 2차 조사를 거쳐 선호도도 파악해 명칭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구역의 명칭을 바꾸는 작업은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많은 지역이 명칭 변경에 나서는 추세다. 부산 북구의 경우 행정구역 명칭을 지역 특색이 담긴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북구는 구 이미지 쇄신을 위한 구 명칭 변경 사업 관련 예산 1억1천만원을 편성했다. 북구는 올해부터 명칭 변경에 필요한 기초자료 조사와 연구용역, 주민 공론화, 서명운동 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부산 북구 관계자는 “북구는 부산의 가장 북쪽도 아니고 단순히 방위(方位) 명칭을 딴 이름"이라며 “지역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한 만큼 지역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는 명칭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라는 명칭은 1978년 2월 15일 부산진구에서 행정구역이 분리될 때 붙여져 50년째 사용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도 여전히 방취만을 고려해 중구와 남구 북구와 동구가 이같은 명칭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중 '북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초단체는 울산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등 4곳이 있다. 단순히 방위 이름을 딴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전국에 25곳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개선 사례도 있다. 인천 남구는 50년간 사용하던 구 명칭을 '미추홀구'로 올해 바꿨다. 삼국사기에도 나오는 미추홀은 '물의 고을'이란 뜻이다. 오랜기간 획일적으로 사용해온 명칭을 바꾸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지역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명칭으로 바꿔나가는데 있다.


지명 문제가 나온 김에 이번기회에 중구만이 아니라 울산의 전역에 행정구역상 정해진 구군과 동, 읍면의 명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울산 남구가 '우리고장의 뿌리를 찾아서' 사업을 통해 옛날 남구에 존재했던 주요시설물에 대한 내용을 표지석으로 제작해 설치한 일이 있다. 울산 남구는 왕생이길 1구간 남구청사 인근에서 '남구 옛 지명 삼산비행장 표지석 제막식'도 가진바 있다. 표지석이 세워진 청사 주변은 옛날 삼산비행장이 위치하던 곳이다. 약 18만9,000㎡(약 5만7,000평) 규모의 삼산비행장은 우편물 발송 등을 위해 1928년 12월 개장했고, 이듬해부터 여객 운송을 시작했다. 일본 후쿠오카와 울산을 오가는 여객기가 하루 한 차례 운항했다. 하지만 적자운영과 대구비행장 개장(1937년) 등으로 삼산비행장은 일시적 폐쇄됐고, 이후 일제시대 말인 1942년부터 다시 군용비행장으로 이용됐다. 이 과정에서 울산을 포함한 인근 학생들이 활주로 확장공사를 위해 강제로 동원된 기록이 남아있다.


남구청사 일원 삼산비행장 외에 표지석이 설치되는 지역과 옛 지명은 △삼산본동의 삼산염전 △번영로 롯데인벤스 아파트의 울산관광호텔 △울산공고 인근의 달리역 △아데라움 아파트 앞 태화강변의 삼산나루 △울산신정푸르지오 일원의 팔등마을 △태화로터리 주변의 월진촌 △은월산정상의 은월산성지 등이다. 울산에서는 1986년 10월에 '울산 지명 사'를 발간했다. 그러나 발간 된지 30년의 세월이 흘러 이런 책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을 것이다. 설사 안다 해도 우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곳에 붙여진 땅이름, 행정의 필요성에 의해서 생겨난 법제 지명, 어떤 곳에서 생활을 하고 어떤 양식으로 생활했는가를 나타내는 땅이름, 문자나 언어의 발달에 따라서 나타난 땅이름 등은 하나의 문화유산이다.

 

그동안 산업수도로 인식된 울산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보다 경제개발에 따른 대규모 공장 등 공업단지 조성과 주거 공간 확보에 따른 토지 등의 형질 변경이 가속화됨에 따라 땅의 형상이 크게 바뀌었다. 그로인해 과거의 지명들이 파괴, 변질되어 사라졌거나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체감할 수 있는 지명, 생활과 밀접한 주민센터 명칭을 찾아주는 것은 행정 서비스의 기본이다. 지금부터 전면적인 전수조사와 변경작업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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