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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울주서 사이버팀 경장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여성 출연자가 사이버 보안장치에 대해 매우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사이트마다 요구하는 비밀번호가 다르고, 정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해서 번거롭다고 했다. 또 변경해야 하는 비밀번호는 문자, 숫자, 기호를 매우 복잡하게 섞어야 하고, 특히 사용할 때마다 잠금장치를 새롭게 열도록 해제 연결 프로그램은 정말 참기 힘들다고 했다. 이로 인해 이 출연자는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등본을 떼거나 은행결재, 쇼핑 등을 하는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불평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동의할 수는 없었다.


IT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우리 생활은 사이버 보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자기의 재산권을 잘 지키면 되었지만 앞으로는 사이버 보안이 눈에 보이는 금고나 담장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주거 환경이 노출되는 것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안에 각별하게 신경쓰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자신의 주소나 가족 관계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이들은 없다. 특히 현관 비밀번호의 보안에는 더욱 까다롭다. 어느 누가 자기 집 문을 열어 놓거나, 쉽게 문을 열고 들어 갈 수 있도록 해 놓고 생활하겠는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모바일폰 잠금장치를 쉽게 풀거나 컴퓨터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정기적으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그건 누구나 내 집 현관문을 쉽게 열고 들어 올 수 있도록 해 놓거나 아니면 문을 아예 열어 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의 범죄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견고하다. 반대로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덤덤하다.


어떤 직장인들은 정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변경하는 것이 귀찮아서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잠금장치나 비밀번호 등을 컴퓨터 본체나 자판에 써놓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행위는 마치 자기 전 재산이 들어 있는 통장과 통장 비밀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다. 번거롭고 어렵다고 외쳐대는 현재 사이버상의 보안장치 마저 빈번히 뚫리는 것이 현실이다. 좀 더 깐깐하고 복잡한 단계의 보안 장치를 위해 진보된 블록체인 산업이 개발돼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번 바꿔야 하는 비밀번호, 정기적인 잠금장치 해제방법 등이 귀찮기는 하다.


그렇다고 나의 재산과 나의 개인정보, 은밀한 개인적 생활을 누구나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놓을 수는 없지 않는가! 앞으로 IT 세상이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이런 사이버 보안의식은 더 필수적인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줬지만, 그만큼 진화된 범죄에 우리가 노출돼 있기도 하다.
편리함만을 누리고자 한다면 각종 범죄의 타깃이 되고 만다.


사이버 매커니즘이 주는 편리함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이를 악용하는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 각자가 보안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사이버범죄를 줄이는 첫걸음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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