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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가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된 찬반 대치로 쟁점이 되고 있는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을 오는 5일 오전 소관 상임위인 의회운영위원회를 열어 처리를 강행키로 해 또다시 충돌이 우려된다.

전국 조례제정 39곳 대부분 체험 수준 운영
직접선거로 선출 의장단 구성 극히 드물어
회의 비용 등 연예산 수억 소요 전망도 논란

# 찬반 논란에 보수 진보간 대립 확전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학부모단체 등은 조례안 상정 자체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이에 맞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 진보진영은 조례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조례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좌우 진영 간 대립 양상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는 셈인데, 시의회가 이처럼 찬반 양측이 대치하는 상황임에도 조례안 처리에 강수를 두는데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시민사회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있을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이토록 말 많고 탈 많은 조례를 왜 만들려고 기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에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전국 17개 시·도의 사례를 보면, 이번 울산시의회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와 같은 유사 조례를 둔 곳은 서울, 광주, 강원, 전남 등 4개 시·도 뿐이다.
하지만 조례 명칭을 '청소년의회'로 못 박은 곳은 울산뿐이며, 서울과 전남은 '청소년 의회교실'로 부르고 있고, 광주는 '어린이·청소년의회', 강원은 '청소년 의회체험'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청소년의회 관련 조례를 둔 곳은 35곳인데, 대부분 '청소년 의회교실'이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수준의 모의 의회이고, 울산과 같이 선거를 통해 청소년 의원을 선출해 의회를 구성하고 의장단과 상임위를 따로 두는 곳은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시의회 부의장인 이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청소년의회 구성·운영에 따른 비용추계서도 첨부하지 않아 부실 발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청소년의회' 관련 조례를 제정안 곳은 광역단체 4곳과 기초단체 35곳을 합쳐 모두 39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자치단체 중 조례 이름을 '어린이·청소년의회'로 정한 곳은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과 같이 조례이름을 '청소년의회'로 못 박은 곳은 서울 강동구와 경남 양산시 등 9곳이었다.
나머지 자치단체들은 '청소년의회교실'이나 '청소년의회체험' '청소년 행복의회' '청소년 지방자치 아카데미' 등 모의 의회 수준은 10곳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이 청소년의원 선출 방법인데, 조례를 둔 광역단체 중 공모를 거친 후보자를 대상으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매 2년마다 하는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
실제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이 지난 15일 '청소년의회  조례안 공청회'에서 내놓은 전남도와 강원, 충주시 등 전국 7개 주요 자치단체의 관련 조례와 울산시 조례안을 비교한 자료에선 청소년의원 선출 방법이 직접선거로 규정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평택시와 충주시, 강원도의 경우 조례에 아예 선출 규정이 없고, 전남과 서울 영등포구, 충북 음성군, 경기 시흥시는 청소년의회교실·체험 참가자를 모집 선정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또 7개 자치단체 중에선 울산과 같이 의원임기와 의장단 및 상임위 구성 조항을 둔 곳은 충주시 한 곳 뿐이었고, 회의 규정과 운영세칙에 자문단까지 둘 수 있도록 한 곳도 울산이 유일했다.


결국 이 의원이 조례 비교표를 통해 밝혔듯이 청소년의회를 시의회에 버금가는 의결권을 가진 본격적인 지방 정치기관인 소(小)지방의회로 만들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운영 조례안에는 이 문제 외에도 조례 시행 과정에 예산이 들어가는 경우 제출해야 하는 비용추계서는 빼먹었다.
의안 비용추계 관련 조례에서 예상되는 비용이 연평균 1억 원 미만일 경우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미첨부 근거로 제시했는데, 미첨부 사유서에는 '청소년의회 운영에 예상되는 비용이 연평균 1억 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투표방법, 사무국, 선거관리위원회 운영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비용이 1억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 5일 시의회 운영위 처리 여부 관심
실제로 조례안의 규정대로 울산지역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직접선거를 할 경우 수억 원의 선거비용이 들어가고,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더라도 청소년의회 구성·운영을 위해선 최소 1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특히 조례안에서 청소년의회 활동에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의원신분증, 배지 등 필요한 경비와 교육 및 견학비용, 그밖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청소년의원 25명의 회의 참석 비용과 식사 등 각종 여비를 감안할 때 연간 최소 수억원은 들 것이라는 게 지역관가 안팎의 중론이다.
청소년의 정치적 도구화 등 청소년의회 구성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 여론과 함께 조례안을 둘러싼 이 같은 각종 문제들로 인해 찬반 대치 상황은 앞으로도 쉽사리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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