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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협의 예술로 화합

 

 미국의 정치풍경
 야당 선거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남성과 여성이 맞섰다. 백인 여성 후보는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후광을 배경으로 했고 뉴욕주의 상원의원이다. 흑인 남성 후보는 무명이지만 하버드 대학 출신으로 시카고 빈민가에서 시민운동에 참여하며 패기와 실력을 인정받은 변호사 출신으로 역시 일리노이주의 상원의원이다. 기득권을 바탕으로 하여 여성 후보자가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후보 경선 판세는 점차 남성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여성 후보자는 선거의 마지막 단계까지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언행이 금도를 넘어서는 내용이라는 우려도 낳았다. 경선은 남성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자와 패자간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은 듯이 보였다. 대통령 선거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임명 과정에서 여성 후보를 지명하라는 제안과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부통령 자리는 원로 백인 남성 정치인의 몫이 됐다. 남성 후보자는 대선에서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후보자간 경선에서 입은 상처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됐다. 실세 장관에 해당하는 국무장관에 경선에서 맞선 여성 후보가 임명된 것. 갈등의 정치를 타협의 예술로 바꾼 순간이다.

 

   갈등과 논란으로 대립


 한국의 정치 풍경 
 야당 선거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남성과 여성이 맞섰다. 여성 후보는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후광을 배경으로 했고 야당의 대표를 지냈으며 대구 지역의 국회의원이다. 남성 후보는 건설회사 대표를 역임했고, 서울시장 재임 중 교통체계 개선과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기득권을 바탕으로 하여 여성 후보자가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후보 경선 판세는 점차 남성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여성 후보자는 선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최선을 다했다. 당원 투표에서 앞섰다. 하지만 여론조사 반영에서 뒤졌다. 경선 결과 발표장에서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여러 차례 경선을 불복한 사례에 익숙했던 시민에게 감동을 주었다. 남성 후보자는 대선에서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새로운 정부 출범 후 총선이 이어졌다. 여성 후보자와 관련된 후보의 탈락 소식이 이어졌다. 여성 후보 지지를 내세운 친박연대라는 조직이 총선에 참여했고, 적지 않은 지지를 확인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여성 후보를 지지한 특정 후보의 사퇴 종용 소식이 이어졌지만 개표 결과 당선됐다. 선거결과의 책임론이 등장했다. 원내 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친박 의원이 거론됐다. 하지만 여성 후보는 당헌과 당규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비껴갔다.


 두 가지 정치 풍경은 각각 미국과 한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여준다. 먼저 공통점은 남성과 여성 후보가 경선에서 맞섰고, 남성 후보가 승리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화합과 갈등이다. 미국은 화합의 정치로 글로벌 경제 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질서 재편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갈등의 정치로 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였고, 여전히 많은 시민이 반대하는 미디어 법 개정안과 대운하 정책 등이 논란중이고, 여당 내부에서 선거 책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소통 잘하려면 포용해야


 이런 차이는 소통 방식에서 나온다. 실세 중심으로 홀로 걸어가는 정치에 소통은 없기 때문이다.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대립과 시민의 정책 불만도 소통을 외면한 결과다. 소통은 말하기보다 듣는 것. 상대방의 말을 듣고 무시하는 대신 무엇을 들었고, 이해했는지 확인하면서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 것. 제대로 듣지 못하는 왜곡된 소통 문화가 경제로 파급될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다. 생산성이 저하되고,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소통을 잘하고 싶은가? 경제적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서민의 어려움을 헤아리자. 야당의 목소리를 포용하자. 친박은 물론 당내 각계의 주장을 골고루 수렴하자. 마음을 열어야 정치가 넓어지고, 정치가 바로가야 경제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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