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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 계약을 체결한 뒤 실사와 함께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할 국가를 선정하고 심사를 준비하는 등 인수와 기업결합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 사간의 기업 결합을 두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각 사의 기술 경쟁력의 시너지를 이루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 조선 산업 재도약을 이뤄 고용안정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내부의 구성원인 노동조합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최근 모처럼의 조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노조가 내세우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기업결합에 대한 주요 반대논리는, 불황이 닥치면 중복조직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는 점과, 물적 분할에 따른 불안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초 2018년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이미 고용보장에 합의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밝힌 '공동 입장문'에서도 기업결합 이후 양사가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키로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노조는 지난달 말 확대간부를 중심으로 한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서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물적 분할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회사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노조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 '기우'에 가깝다.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경쟁력이 높아지면 일감이 늘고 고용도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훨씬 설득력 있다. 인수 반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전 조합원의 51.6%만이 찬성해 간신히 가결됐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지지도 높지 않다. 물적 분할은 현재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재정적 부담 없이 주식교환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장기간 협상 끝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는 현금 거래방식은 논의대상으로 하지 않았고, 회사도 현금거래 방식으로는 비용부담이 과도함에 따라 결국 주식교환을 통한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합작법인 설립은 특혜 시비를 피하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자율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결합 승인에서도 유리한 방안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2대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재정 건전성 확보와 대외 신인도도 높일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이 경쟁력을 갖춰 수년간의 불황을 극복하고 장기 생존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중공업은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 속에서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번 대우조선 인수에 큰 힘이 됐다. 이 와중에 노조는 지난 4년여간 매년 수차례의 파업으로 고객들의 우려 속에 현대중공업의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동안 많은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동구를 중심으로 경기침체와 인구감소 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발표 이후 동구를 비롯한 울산 전체에 모처럼 새로운 희망이 비치고 있다. 완만하게나마 일감이 늘면서 근로자도 증가해 원룸 등 부동산경기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다. 게다가 해외 경쟁국의 기업결합 승인과 관련, 당초 외부의 우려와는 달리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간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년여 소요될 기업 결합승인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의 일치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조선소 간 대규모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노사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노조가 명분만 앞세운 나머지 또다시 회사의 경영상 판단을 두고 인수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느냐, 퇴보하느냐의 가늠자가 되는 것은 물론, 현대중공업으로서도 재도약을 위한 중대한 결정인 만큼, 노조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출범 47주년을 맞았다. 이제 새로운 50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 모쪼록 성공적인 대우조선 인수와 물적 분할에 노사가 힘을 합쳐 100년 기업의 초석(礎石)을 놓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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