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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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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이 좌우 진영의 대립으로 번진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의 핵심 내용에 대해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 기관들이 관련 법 저촉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해당 규정은 물론 조례 이름까지 근본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에 저촉될 수 있고, 청소년 정책 참여라는 취지를 내세우면서도 선출될 소수의 청소년만 정책에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 등이 조례안 원안 규정 중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종합 검토 중인데, 이번 조례안 수정작업이 찬반 갈등의 해소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4일 학부모단체 등의 반대로 안건 상정을 미뤄온 '울산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5일 오전 회의를 열어 처리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도영 운영위원장은 조례안 수정과 관련,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청소년의회 조례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받아본 결과, 청소년의원 선거 부분과 임기 등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회신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5일) 운영위 회의에서 청소년 조례안의 원안에 담긴 문제의 내용을 수정해 관련 법률에 저촉 가능성을 피하고, 반대하는 학부모단체 등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모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조례안의 수정 폭은 자구나 문구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의결기관이나 다름없는 청소년의회의 기능을 낮추고, 청소년의원의 위상도 '소(小)지방의원'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탈피할 수 있는 수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 입법정책관실에서 이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에 앞서 정부 관계기관에 의견을 물은 결과에서도 이들 부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실제로 법제처는 청소년 선거권 및 피선거권 부여에 대해 "공직선거법 저촉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또 "조례상 청소년의회의 역할이 자문기능인지 또는 지방의회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시의회에 청소년의회를 두는 것의 가부 판단에 필요한 쟁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청소년의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닌 자문기관의 성격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어 의회에서도 청소년의회 설치·운영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울산시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참여위원회와 기능이 유사해 중복 설치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울산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2조에 따라 청소년의회 의원 선출은 공직선거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시의회 입법고문 변호사는 "만 12세~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권리제한에 해당하는 조문으로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따라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청소년의회가 아니라 의회 체험 프로그갬 운영 조례 제정 검토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밖에 조례안 원안이 가진 문제 중 선출방법의 비현실성과 예산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의회운영위 전문위원은 조례안 검토 의견으로 "울산시에 주소를 두거나 소재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만12세 이상, 18세 이하인 청소년이 모두 참여하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토돼야 한다"면서 또 "선거관련 모든 규정을 정하거나 의결하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주체도 불분명하며, 관련 예산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의회 정원 25명과 임기 2년 규정은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제정 취지와는 달리 소수의 청소년만 참여하게 해 '청소년 정책 참여'라는 목적 달성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달았다.
 시민사회에서는 "소수의 청소년에게 특권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청소년의회보다는 청소년의회체험이나 의회교실 조례 제정을 통해 많은 청소년들에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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