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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씁네 하면서 언제나 막힘없이 줄줄 써 내려가는 경험은 했어도 글을 쓰다 말고 글도 막히고 가슴도 막막해져 통증을 느끼게 된 경우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펜을 놓고 베란다에 나가 먼 산을 바라보다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들이 와글거리고 몰려가는 모습을 본다. 저 발랄하게 순진무구한 청소년들에게 저 알토란같이 모두가 귀여워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과연 이 시대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금방 우울해짐을 느낀다. 

저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 과연 어른인 우리가 매를 들고 종아리를 칠 수 있을까 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매를 들 수 있나? 아니다 못 한다 나는 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해야 했다. 아무리 배금주의가 굳어져 돈이 삶의 가치가 된다 하더라도 철든 어른이면 철모르는 아이들에게만은 할 일이 있고 못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오늘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지은 죄가 너무 많고 크다. 돌아보면 크게는 아리따운 생명들을 오롯이 배에 태우고는 바다에 수장시켜버린 세월호의 비극, 눈물겨운 그 끔찍한 비극을 어이없이 연출하고서도 죄의식이 없던 어른들, 그리고 국민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비극을 적절하게 조처하지 못했던 지도자들. 그것도 모자라 부동산투기만은 단연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신출귀몰함을 보여주고 장관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 이에 질세라 한 방으로 횡재의 실력을 보인 대통령의 입! 이 밖에도 숱한 사건들은 얼굴을 붉히게 할 뿐. 어느 것 하나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라고는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건들은 우리의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일들이다. 우리 생활권을 벗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해서 남의 일이라고 쉬 잊을 수 있다고 치자. 실은 그런 일들보다 더 먼 까마득하게 먼 시절에서 나온 사자성어가 바로 울산의 중심지역에서 되살아났음을 어찌할 것인가? 그 사자성어는 양두구육이다. 

이 말이 생겨난 것은 중국의 후한시대 광무제가 내린 조서 가운데 "양고기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팔고 도척같은 도둑이 공자의 말씀을 뇌까리고 다닌다"에서 나온 것이다. 주로 양심을 속이는 자를 비유해 쓰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양심이 삐뚤어져선 안 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되고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자가 남긴 안자춘추에도 소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고 했다. 하지만 만고불변의 진리도 울산에서는 통할 수 없는 모양이다. 

남구청은 학교급식의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급식업무를 관장하도록 했다. 행정상으로는 시기에 맞는 기민성을 보인 조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그만 양두구육과 같이 간판은 친환경인 데 반해 실제로는 육류에 항생제와 고름이 범벅된 돼지목살이었으니 기가 막히고 입이 벌어질 일이 되고 말았다. 아마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마구 긁어 모아다가 식품자재로 납품시킨 거라고 짐작하게 만든다. 

인류역사상 가장 큰 도적인 도척의 양심에 버금갈 불량한 양심이 납품한 식자재를 그대로 받아드리고는 친환경식자재로 둔갑시켜 일선 학교에 납품시킨 남구청 친환경식품지원센터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인류역사상이라 이름 붙이는 도척이란 인간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실로 대담무쌍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도둑이었다. 그의 형 유하혜는 공자나 맹자에게 칭찬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우인 도척은 수천 명이나 되는 도둑떼를 부하로 거느리고 천하를 날뛰며 사람을 살상하고 재물을 탈취한 무뢰한이었다. 이런 무례한 인간을 끌어다 글을 쓰려니 민망스럽다. 

그러나 평생을 교육에 헌신하고 교장직을 물러나 노년을 보내는 어느 지인은 도척보다 더 나쁜 심보가 아니면 그럴 수가 없을 것이라며 분개하는 것이었다. 정말 어찌 이런 일을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 어린 초등학생들이 적어도 남구청이 보장하는 친환경식품인 양 믿고 마구 먹어치웠을 것을 생각하면 이 아이들의 부모는 치를 떨며 소스라치고 말 것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사약이나 진배없는 이 식자재를 만약 개에게 먹이려 해도 개가 먹어내겠는가? 

지난달 남구의회가 식자재지원실태를 조사하면서 밝혀낸 비위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비린내가 너무 심한 멸치 등 이었어도 남구가 중구보다 훨씬 비싼 값에 납품되고 있었다고 한다. 남구의회의 권고에 대한 시정결과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남구청은 안전하게 개선된 시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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