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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의 정책 목표로 국민 건강관리의 강화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현재 건강한 사람이라도 모두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일차 진료 및 기본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비율을 첫 번째 평가 지표로 설정한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단, 모든 국민들의 검진비용을 예산이 확보되었고 건강검진에 들어가는 1인당 비용은 50만원이라고 가정한다.

첫 번째는 국민들에게 건강검진비용을 현금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국민 1인당 50만원씩의 현금을 지급받는다. 결과는 어떠할까? 국민들은 그 돈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용도로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어 효용이 매우 늘어난다. 영양제 구입, 운동프로그램 참여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른 방법을 선택해 돈을 쓸 수도 있다. 얼핏 보면 예산이 낭비된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의 우선순위로 행복을 위해 필요한 지출을 선택했다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나쁠 것은 없다. 반면 정부에서는 투입된 예산에 비해 수검률이 낮을 수 있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도 뒤따를 것이다. 퍼주기 논란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정책시행이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금을 나눠 경제적 여유가 늘어나면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성숙할수록 현금보조 정책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정부에서 50만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무료로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으니 효용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을 지급받아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할 것이다. 반면에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 외형을 갖추고, 예산낭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수검률까지 높으면 좋은 정책으로 평가를 받기 위한 요건은 모두 갖추게 된다. 그래서 정책입안자가 선호하고 현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표로 파악되지 않아 간과될 수 있는 문제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아서 무료 검진프로그램 시행 이전에도 정기적으로 자비를 들여 건강검진을 받아 왔다고 가정한다. 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자유롭게 최적의 선택할 수 있지만 제약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떨어진다. 그리고 이미 평소에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이 무료라고 검진을 또 받으면 이는 실질적 낭비이다. 이런 부분들을 계량하여 평가지표로 반영하기가 힘들기에 정책 평가는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효용보다 과장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정부에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기존 의료기관을 이용한 뒤 50만원씩을 환급해 주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가격을 50만원 할인해 주는 것과 같다.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하고 의료기관에서 차액을 청구하게 하는 경우에도 절차상의 차이가 있을 뿐 효과는 동일하다. 가격을 낮춰 주었으니 기존 대비 수요가 증가할 것이 기대되지만, 만약 국민 대다수가 건강검진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할인폭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국민들이 평상시에도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에 임했던 성향이라면 굳이 가격할인을 해 주지 않더라도 열심히 건강검진을 받을 것이므로 정책은 필요 없다. 예산으로 비용을 지원한다면 굳이 복잡한 환급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보다는 현금지급이 편의성이나 효용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정책은 지역과 성향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감안해서 선택해야 하는데, 현실 정책에서 활용도 및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이 세가지 정책 방법의 비교는 사실 재정학(Public finance) 영역에서의 단골 논쟁거리이다. 현금보조는 받는 사람의 효용이 가장 크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현물보조는 효용은 작지만 목표달성은 용이하며, 가격보조는 효용이 큰 편이지만 크기는 현금보조보다는 덜하고 미세조정이 필요하며 가격교란의 문제점이 있다.

국민들이 성숙할수록 세 가지 방법에 따른 최종 결과의 차이가 줄어든다. 국가가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지 않아도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최적의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적어도 건강증진 영역에 있어서는 국가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건강은 눈으로 볼 수 있기보다 개개인이 느껴야 하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관리를 새해 목표로 삼는 것을 보면 지속적인 실천의 어려움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개인의 선택제한에 따른 효용이 작고 가격교란의 문제가 있더라도 국가가 현물보조나 가격보조의 방법으로 국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개인적 효용은 작지만 사회전체의 이득은 크게 만들 것이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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