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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권까지 주저앉았던 국제유가가 올들어 점진적 상승기조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무더기 적자를 기록하며 지역 경기를 끌어내렸던 정유사들도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 8일 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5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32달러(2.1%) 상승한 배럴당 64.60 달러에 마감했다. WTI가 64 달러를 넘어선 것은 작년 10월 31일(65.31 달러) 이후 5개월 만이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1.08%, 0.51% 올랐다. 

국제유가는 올 들어 사우디아라비이아를 비롯해 석유수출국가(OPEC)의 감산에 더해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에 대한 미국의 제제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더해 아프리카의 산유국 리비아가 사실상 내전에 돌입하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최근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앞서 국제유가(WTI 가격 기준)는 지난해 10월 3일 최고 76.41달러까지 치솟은 후 같은 해 12월 24일에 42.53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저유가 먹구름과 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로 정유사들은 작년 4분기에 일제히 적자로 전환됐다. 이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은 4년여 만의 적자 충격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에 대한 재고평가 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원가 인식시점과 판매 인식시점 차이로 이익이 발생한다. 유가 상승분만큼 추가 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정제마진도 개선 추세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등을 제한 것이다. 싱가포르 복잡 정제마진 기준으로 지난달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로 지난 1월의 2.5달러, 2월 2.8달러에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이익 전망치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추정치가 있는 상장 정유사 SK이노베이션(2조 3,095억 원)과 에쓰오일(1조 3,601억 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말에 비해 지난 9일 기준 각각  22.7%, 27.1% 뒷걸음질 쳤다. 단 아직까지 SK이노베이션(2조 1,176억 원)과 에쓰오일(6,395억 원)의 작년 영업이익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관련 제품 수요가 개선돼야 하는 전제가 충족돼야 하지만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축소되는 상황으로 석유제품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며 "올해 국제유가가 상저하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유사 실적은 전년보다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에만 매달릴수 없는 정유업계는 전기차 보급 및 저유황유 수요 확대에 대비, 해당 제품군 생산비중을 높이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9,452억 원을 들여 헝가리에 제2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건설에 1조 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또한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생산량 확대를 위해 증평·중국(창저우)·폴란드 등에서 설비 신증설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일 소재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상업가동에 들어간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에 힘입어 중질유 생산비중을 낮추고 등·경유 제품군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솔벤트 디-아스팔팅(SDA) 공정에서 경질유 및 윤활기유 생산을 통한 수익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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