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너 있는 사람입니까?
당신은 매너 있는 사람입니까?
  • 울산신문
  • 승인 2019.04.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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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영 남구 삼산동자치위원장

얼마 전 '왕이 된 남자'라는 TV드라마가 있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재미있게 시청했던 것 같다.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원작 영화도 보았지만 이 TV드라마는 매회 마다 영화 이상의 호기심과 흥미를 안겨줬다. 광대였던 일개 춤꾼이 얼떨결에 왕 노릇을 하면서 벌어지는 큰 줄기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차별화된 연출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돋보여 시쳇말로 '본방 사수' 욕구를 떨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어수룩했던 첫 모습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왕보다 더 왕 같은 위엄과 풍채를 보여 모름지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설을 보기 좋게 입증해 대리만족도 그만큼 컸다.

종종 모임에 나가다 보면 갓 승진한 기업체 임원들을 만날 때가 있다. 태도와 말투가 확 바뀌어 때론 놀라기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한결 자신감이 묻어나는 당당한 태도와 매너로 호감을 산다. 그럴 때마다 신분상승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축하의 인사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 내곤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위가 매너를 바꾼다'고 했음에도 최근 상류층이나 정치인들의 막말과 망언, 갑질 등 언론에 오르내리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을 접하면 여전히 당혹스럽다. 상대방의 입장은 아랑곳 하지 않는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 아닌가. 매너라곤 쥐꼬리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원색적 비난과 편향적인 사고방식에 그저 할 말을 잊을 따름이다.
애초에 그들에게서 매너와 상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 사회의 인격적 성숙함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실망과 분노를 넘어 허탈감이 드는 까닭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래 '노블리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제'는 '달걀의 노른자'를 뜻한다.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 사회지도층에 적용해서 그들의 도덕적 의무를 대변하는 말로 쓰인다.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리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더없이 소중한 지혜요, 필수불가결의 매너임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실감하게 된다.

언젠가 대학생 딸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의바른 사람들이 꼭 지키는 7가지 규칙'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것이었다. 우스개로 시작한 얘기였지만 알고 보니 의미심장했다. 우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먼저 스킨십하지 않는다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매너를 지키고, 가십거리는 듣지도 전달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않을 뿐더러 SNS를 감정의 배설구로 사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일단 공감이 갔다. 절대 외모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아야 하고 자칫 반감을 살 수 있는 스킨십은 더욱 조심해야 함을 평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으니 하는 소리다. 더욱이 이성간에는 요즘 '미투(Me Too)'가 도사리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뒷담화(가십)가 얼마나 당사자를 불쾌하게 만드는지도 잘 알고 있기에 함부로 남을 흉보거나 비난의 말도 섞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나이 들수록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신과 맞지 않는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어른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때 품격이 다른 매너가 나오는 법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에 놓이고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이 된 모양새다.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패러다임이 무너졌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가진 자, 배운 자부터 갑질과 막말, 망언에 흠뻑 취해 있는 지금이야말로 매너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래 전에 개봉된 외화 '킹스맨'에 나오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를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되새기며 강조하지 않았던가. 나부터 다시금 곰곰이 곱씹으며 깊은 뜻을 우려내야 할 듯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나를 포함해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항상 애쓰고 있다'는 사회지도층에게 말이다.
"당신은 매너 좋은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