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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꼭 5년이 지났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울산도 역시 안전한 도시 만들기를 시정의 윗자리에 올려놓고 전 부문의 안전 매뉴얼을 점검했다. 

울산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 안전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치부되는 지역이다. 울산과 온산공단의 경우 노후설비에 안전의식 미비라는 고질적인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특별한 관리가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울산에서는 수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잇달아 발생하는 울산과 온산공단의 폭발사고는 울산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같은 불안 요인을 없애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라는데 있다. 울산공단의 경우 화재나 폭발 사고가 잦아지는 추세만이 문제가 아니라 한번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온산공단과 울산석유화학공단은 200여 개 공장에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폭발성 물질이 저장된 탱크가 몰려 있는 만큼 위험요소가 많은 지역이다. 

이 같은 실정에서 폭발이나 화재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울산시민들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업과 당국이 안전을 챙기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같은 적극적인 자세가 있을 때 사고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사고는 철저하게 안전 사각지대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최근 안전문제를 주요 이슈로 부각하고 있지만 대형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안전조치는 강화돼 왔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모든 시설이나 행사에 안전기준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철저한 사전 대비와 안전의식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울산의 경우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지진 등 자연재해의 위험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긴급을 요하는 국가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진만 해도 그렇다.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93회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횟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강진이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난 피해를 낳는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구밀집도가 큰 나라에선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 지난 2011년 3월 9.0의 강진이 발생한 동일본은 지진으로 인해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해 사망·실종자 1만 8,526명, 건축물 파손 및 붕괴 39만 9,251가구에 40만 명의 주민이 피난을 갔다. 그나마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긴급재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그친 것이다.

지난번 진도 5.8의 강진이 울산 주변을 강타했을 때 우리 통신망을 먹통이 됐다. SNS 조차 연결폭주로 불통사태를 빚었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정부의 대처능력이 이 정도라면 긴급 재난시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지진은 불시에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이다. 재난에 대처하는 일은 평상시 얼마나 재난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흔히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형사고 한 가운데 자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들 희생자 개개인의 안타까운 사연 정도로 치부하고 잊기를 반복한다. 선진국도 사고는 발생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부분이 후진국형 사고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전은 우리 삶의 기본이기에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어떤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들 스스로도 안전에 대한 안일한 생각부터 버려야 할 시점이다. 울산의 경우 폭발이나 누출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울산시민들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행정기관이 안전문제를 챙긴다고 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개입이 경각심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시기를 놓치면 어떤 재난이 시민을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오늘로 세월호의 비극이 5년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한 여러가지 담론이 오갔고 시스템 점검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세월호는 비극이고 참사였지만 우리 사회에 안전의식을 다잡게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깊은 자성의 시간도 필요하다. 5년이 지났지만 과연 우리 사회 안전 시스템과 위기대응 능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스스로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여전히 사회 안전망에 대한 회의감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간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너무나 크다. 아직도 정치권은 세월호를 두고 정치적 선동이나 공격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세월호 5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제대로된 자각과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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