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선] 봄 풍등(風燈)
[시인의 詩선] 봄 풍등(風燈)
  • 울산신문
  • 승인 2019.04.16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 풍등(風燈)

김성신

보도블록 틈에 납작하게 엎드린 민들레
뒹구는 연습으로 말을 배울 때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앉지요

습관처럼 움 틔우고
배꼽에 비를 모으고
마른 감정 꽃으로 살리기 위해
어제의 산책으로 달려 나가죠

이따금 혓바늘이 돋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돌멩이 하나 툭
기침이 자꾸 솟아
죄짓고 숨어 살 수 있단 말은 허공
어둠을 목도리로 두르고는 저녁을 감싸지요

나는 날마다 젖은 뿌리를 뻗어
당신의 흙과 조우하지요
에헤라 둥둥, 매일 모른 척 인사를 건네지요

나를 꽃술에서 꺼내어
후후, 불어도 나는 절대 사라지지 않죠
나쁜 꿈은 천변만화죠

속도는 정해진 날짜가 없어
죽음은 뼈째 날아가기 쉽거든요
하얀 風燈

△김성신 :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욕심 부리다가 낭패를 보았다. 지난 겨울 내내 극한 추위가 없었던 차에 올 봄은 일찍 따뜻해질 거라고 평소 부리지 않던 욕심을 앞세워 옥수수랑 몇 가지를 일찍 심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로 인해 모두 얼어 죽어 버렸다.
과한 욕심의 대가가 혹독했다. 근 한 달 동안 키웠던 모종이 죽었으니 또 다시 모종을 키우고는 있지만 언제쯤 완연한 봄이 될까? 그런 추위 속에서도 봄꽃 소식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벚꽃 또한 피었다가 다 지고 잎을 피우고 있으니 그래도 봄은 봄이지. 그 덕분에 쑥이라도 캐볼까 싶어 논두렁을 거니는데 나를 반겨주는 고것들이 참 귀여웠다.


민들레는 이른 봄에 뿌리에서 잎이 나와 땅 위를 따라 옆으로 퍼지며 자란다. 4~5월에 노란 색의 꽃이 핀다. 열매에 흰색 깃털이 붙어 있어 바람에 쉽게 날려 간다. 이른 봄에 민들레의 어린잎과 줄기를 캐서 나물로 먹는다. 다 자란 민들레의 줄기 속에서는 젖빛 즙이 나오는 데 매우 써서 가축들도 잘 먹지 않는다. 뿌리가 땅속 깊숙이 자라기 때문에 짓밟혀도 잘 죽지 않는다. 쉽게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일편단심 민들레야'처럼 노래 가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나오는 '맨드라미'도 민들레를 부르는 사투리라고 한다. 식물 전체를 말려 한방에서 소화를 돕는데 쓴다. 위궤양에 새로 난 잎을 쓰기도 하고 뱀에 물리면 뿌리를 바르기도 한다.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으나 서양민들레에 밀려 많이 사라졌다.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를 구분하는 방법에는 두 겹의 꽃받침이 모두 곧게 서 있는지를 보면 된다고 한다. 근처에 눈에 띄는 민들레는 거의 서양민들레인 듯하다.


쉽게 만나면 쉽게 헤어진다고 하는데 조금 있으면 저 꽃들도 지고 말테지. 그 때쯤이면 햇살도 따가워 여름 타령할 지도 모를 일이지. 오늘도 인사를 건네는 저 민들레는 제비꽃과 어울려 봄을 수놓고 있지.
박성규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