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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원전해체연구소를 울산과 부산이 공동 유치했다. 하지만 이번 공동 유치가 사실상 반쪽 유치에 그쳐 울산이나 부산 모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울산시와 부산시,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원전해체연구소를 짓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연구소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원전 해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 대비해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시장을 선점하려고 동남권에 해체연구소 설립을 추진해 왔다. 2,400억 원이 투입될 연구소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공사가 시작된다. 정부와 지자체, 한국수력원자력이 연구소 건립 등 인프라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되면 울산과 부산지역은 원전 연관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24기로, 이 가운데 고리1호기를 포함해 12기의 수명이 2030년에 다한다. 한수원이 고리1호기를 2032년까지 7,515억 원을 들여 해체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수명을 다한 원전을 모두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른 국가에서도 앞으로 수명이 다한 원전 수가 급증해 세계 시장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원전 해체가 2050년 이후까지 계속되면 440조 원(2014년 기준 가격)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번 연구시설 유치가 공동유치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울산이 원전해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소 대부분이 부산쪽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울산이 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울산은 실제로 헤체시설과 연구 인프라를 거의 대부분 갖추고 있다. 국내 최고의 원전해체 연구·교육·산업 인프라로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UNIST, 울산대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어 협동연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를 산업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도시다. 그런 점에서 이름만 공동 유치가 아니라 실질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미 유치 지정에 앞서 실시된 여러 차례 연구 결과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울산의 경우 지역산업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첨단화된 120여 개의 화학 소재 기업이 인근 산업단지에 소재하고 있어 원전해체 원천기술 확보와 실증화가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학·연 기술적 연계 측면에서도 고리, 월성, 신고리 등 인접한 원전단지에는 국내 운영 중인 모든 원전모델들이 가동 중이어서 모델별 해체기술 확보가 쉽고, 울산대, 현대중공업, 수산이앤에스 등 해체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체와 연구기관·대학과의 기술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국내 해체예정·가동·건설 중인 원전 16기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반경 30㎞) 내에 울산이 위치함에도 부산이나 경북에 비해 원자력과 관련한 수혜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만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원전해체연구소의 울산 유치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울산은 이미 원전해체연구소 입지로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갖췄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도 갖고 있다. 지난해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타당성분석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나온 자료다. 울산은 원자력, 화학, 플랜트 등 원전해체기술 연구와 관련된 산업에서 세계적인 산학연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이 때문에 울산시에서는 이번 유치 결정을 통해 국제세미나 등을 통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원전해체기술협회와 함께 울산의 원전해체 산업체 현황 파악, 울산 기업이 참여 가능한 원전해체 분야 사업 발굴 등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다. 비록 이번 유치가 여론의 눈치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좌고우면한 측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원전해체 센터의 입지보다 인프라에 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공동 유치라는 핸드캡으로 앞으로의 사업에 치질을 빚거나 유치효과가 반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노후 원전 해체 기술을 연구하는 해체센터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해체를 대기하고 있는 원전은 120여 기에 달하고, 시장 규모는 2030년 500조 원, 2050년에는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더 이상 관련 기술개발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울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대학-대학원까지 원자력관련 교육기관이 있으며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보유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국제원자력대학원(KINGS)이 있어 원자력, 화학, 환경, 기계분야 등 학제 간 융합과 공동연구가 가능한 최고의 산학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국제원자력대학원은 고리원자력본부와 인접해 있어 원전해체 클러스터 구축이 용이하다.

여기에다 에너지융합산업단지에 원전해체기술 연구기관과 관련기업을 집적화헤 원전해체 연구개발과 실증화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울산시는 원전해체센터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고 공동유치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분명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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