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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도 등장하는 언양읍 구수리 구늪숲이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흔적없이 사라지고 있다. 무단 벌채로 사라진 고목 대신 심은 나무들은 대부분 말라 죽었다.
전설에도 등장하는 언양읍 구수리 구늪숲이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흔적없이 사라지고 있다. 무단 벌채로 사라진 고목 대신 심은 나무들은 대부분 말라 죽었다.

울산의 몇 안 되는 전설을 간직한 마을 숲인 언양읍 '구늪숲'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속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 위기에 있다.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861-3번지 태화강 상류 일원으로 일명 구늪숲이 있던 곳이다.

지난 2016년 8월 KTX울산역 이용객을 상대로 한 사설 주차장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임야에 있던 70년 이상 수령의 상수리 나무 10여 그루가 무단으로 잘려나가 논란이 일었다. 무단으로 나무들을 벌목하고 주차장 부지로 사용하면서 문제가 되자, 울주군이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는 등 행정적 제재를 취했고, 주차장측은 벌복된 장소를 복원한다며 나무를 심었지만 현재 당시 심은 나무 대부분은 고사된 상태다.

당시 주차장측은 상수리 나무를 베어낸 자리 주변에 10년생 남짓 된 느티나무 40여 그루를 듬성듬성 형식적으로 심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년 반이 흐른 지금 다시 심었던 나무들 대부분이 말라 죽은 채로 있다. 살아 있는 서너 그루의 나무들 역시 토양 등 환경 탓에 생육상태가 지극히 불량하다. 게다가 주차장 측은 나무가 잘려 나간 임야를 여전히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한때 아름드리 나무들이 숲을 이루던 이곳이 지금처럼 죽은 나무뿐인 채 방치가 장기화 될 경우 무입목지로 간주돼 건축허가 등 개발행위가 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해 그 때 쯤이면 구늪숲이 원형을 찾기는 영원히 불가능해 진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구늪숲은 울주군 언양읍 남천과 신불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지는 태화강 상류에 위치하면서 예전부터 울창한 수림을 자랑하던 곳이다.

언양읍지 임수조 편에 "구늪숲은 마을 북쪽에 있다(九秀樹在里北)"고 기록되고, 울산읍지 이문조(異聞條)에도 구늪숲에 살던 이무기를 언양현감이 물리쳤다고 하는 내용의 전설이 전해질 만큼 역사가 있는 숲이다. 언양읍 구수리라는 지명도 숲과 늪이 많았다고 해서 붙은 구늪숲의 이름에서 기인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던 구늪숲은 개인 재산으로 분할 된 후 토지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숲의 규모나 모양도 크게 축소됐다. 특히 울산역 개통과 함께 사설 주차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옛날의 숲의 형태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로로 훼손됐다.

윤석 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울산에서 몇 안되는 역사성을 가진 마을 숲이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원상 복구 한 나무들마저도 보살핌의 손길 없이 방치되면서 대부분 말라 죽어 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숲의 역사가 500년 이상이나 되는 구늪숲이 KTX울산역이라는 울산의 관문에 위치에 있어 이곳을 전통마을 숲으로 복원하는 등 공원화 한다면 울산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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