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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대규모 동반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에도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가 지속돼온 탓에 영업이익이 절반에 그치는 등 실적부진을 만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가 지속되는 등 반등의 기회가 없었던 게 주요인이다. 

# 중동 두바이유 등 유가 오름세 지속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은 25일 1분기 실적발표를 예고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연결기준 12조 7,019억 원 매출에 3,57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2,789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0% 가량이나 축소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배럴당 정제마진이 3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보다 낮다"며 "정유 부문에서 소폭 흑자전환하고,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에서 약보합, 기타 부문은 부진이 지속됐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정제마진은 평균 3.2달러로,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수준을 하회했다. 전년 동기 평균 7달러대 정제마진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었던 셈이다. 

S-OIL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업계 추산인 2,500억 원보다 축소된 2,000억 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이어진 정기보수로 인한 물량 감소, 정제마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까지도 실적 만회에 실패한 정유업계의 관심은 현재 회복 중인 정제마진이다. 2분기부터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원가경쟁력 회복, 미국 정유사 화재로 인한 공급 감소 등 유리한 대외적 영향에 더해, 석유 소비가 많은 '드라이빙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사들 재고평가이익 상승 기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의 비중 도입이 높은 중동 두바이유 현물은 18일(현지시간) 배럴당 71.7달러에 거래됐다. 4월 거래 평균가격도 69.89달러로, 지난해 연간 평균가격인 69.66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 50달러대에서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약 30% 오른 셈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 급락으로 적자를 낸 국내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통상 2∼3개월 전 구매한 원유를 국내에서 정제과정을 거쳐 판매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이미 사놓은 원유재고분에 대한 평가가치가 올라 실적에 평가이익이 반영된다.  

정제마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4월 둘째 주 배럴당 4.7달러를 기록했다. 7달러대의 정제마진을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떨어진 수치이지만, 지난 1월 넷째 주 배럴당 1.7달러로 바닥을 찍은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정제마진 등락에 따라 정유사 실적도 같이 움직인다.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3월 들어 정제마진 4달러대로 회복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는 등 1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드라이빙 시즌 진입으로 수요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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