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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국회의원 6명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각종 법안이 가결되는 비율보다 폐기율이 무려 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정활동 실적을 부풀리려는 목적으로 의원 간 상호 묵인 하에 몇몇 문구만 바꾼 유사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했다가 폐기하는 등 지역 의원들의 입법활동 행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2016년 5월 30일 개원) 들어 울산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200건 가운데 폐기된 법안은 39건으로 집계됐다. 폐기율이 20%에 달한 것이다.

이 가운데 대안반영 폐기가 38건으로 폐기율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안반영 폐기란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서 여러 개의 유사·중복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대안'을 만든 뒤 폐기한 것을 말한다.

어떤 법안이 대안반영 폐기됐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법안을 표절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나의 이슈를 놓고 여야 간 정책 경쟁이 붙어 서로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유사 법안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와 공무원들은 폐기된 법안 대부분이 다른 의원이 낸 기존 발의안에서 제목이나 일부 문장만 바꿔 표절한 것으로 본다. 지역 주민에게 법안 발의건수를 부풀려 홍보할 수 있게 의원들 서로가 표절을 눈감아주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의 한 의원이 발의한 한 법안을 보면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짜깁기한 정황이 발견되 했다.

의원들의 발의 실적을 보면 울산국회의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5선의 정갑윤 의원(자유한국당·중구)이 65건으로 지역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발의했다. 다만 정 의원이 처리한 법안 17건 가운데 가결된 법안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법안 대부분이 대안반영폐기처리 됐다.

이어 재선의 박맹우 의원(자유한국당·남구을)이 4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박 의원 역시 가결된 법안은 2건에 불과했고, 15건의 폐기건 모두 대안반영으로 나타났다.

4선의 강길부 의원은 18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가결건 없이 처리안 4건 모두 대안반영폐기 됐다.
이런 가운데 재선의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남구갑)이 발의한 법안은 36건에 불과했지만, 가결건수는 5개로 가장 많았다. 대안반영폐기도 이 보다 적은 4건에 불과했다.

초선인 김종훈 의원(민중당·동구)과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북구)은 각각 19건, 15건에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것도 없는 상태다.

이는 여야간 각종현안에 대한 대치로 특정 상임위 또는 본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처리는 제때 하지 못하는 '늑장국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서울=조원호기자 usc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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