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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전국 어느 곳보다 대기 공해 문제에 예민한 도시다. 최근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서로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제도 울산시민들에게는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에서도 정부나 울산시 차원의 정밀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산강 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단 지역 다수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조작한 것을 적발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주 1회에서 6개월에 1회까지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해야 한다. 이렇게 측정된 배출정도는 지자체나 지방환경청 등에 보고되고, 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대기오염 배출을 관리한다. 이는 환경 당국이 일일이 개별공장을 방문해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인데, 그동안 수년간 조작이 이뤄졌다고 하니 정부의 대기환경 관리 자체가 엉터리였던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배출량 조작 사건은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서 국민의 건강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도덕 윤리의 실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은 조작이 여수산단에서만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울산시는 전국의 오염물질 배출량 상위 50개 중 울산에 위치한 6개 사업장과 함께 석유화학단지와 온산공단의 오염물질 배출 기업에 대해서 정밀 조사를 실시하라"고 강조했다. 환경련은 또 "화학물질 취급량을 고려해 현재 남구 2곳, 동구 1곳에만 설치된 유해대기측정망을 북구 산업단지와 울주군 산업단지에도 확대 설치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9월 환경부가 울산 산단지역 정유·석유화학공장의 비산배출시설을 정밀 조사한 결과 저장탱크, 냉각탑, 플레어스택(폐가스 연소 배출장치)에서 다량의 VOCs가 배출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같은 사실은 울산의 대기 공해에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과 동시에 관리가 엄마나 허술한지를 잠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기 공해 배출 간리와 관련해 환경부는 시도에서 설치한 대기배출시설 관리 권한을 환경부 장관이 수행하도록 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5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은 시도에서 설치한 대기배출시설을 시도가 스스로 인·허가 및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1월 15일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사항'의 후속조치다. 개정안은 시도가 설치·운영 중인 대기배출시설 인·허가 및 관리권한이 현행 시도지사에서 환경부 장관으로 변경되는 내용이 포함된다.

환경부 장관 권한으로 변경되는 업무는 시도지사가 설치한 대기배출시설에 대한 인·허가, 지도·점검 및 행정처분, 배출부과금 부과·징수업무 등이다. 현재 시도지사가 설치·운영 중인 대기배출시설은 전국에 183개다.

배출시설별로는 보일러 107개, 폐기물 처리시설 43개, 하수처리시설 7개, 발전시설 6개, 화장시설 6개 및 기타 14개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52개, 대전 23개, 부산·대구·인천 각 20개, 울산 10개, 광주 및 세종 각 5개, 충북 등 8개 시도에 28개 시설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4월 23일까지 지자체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친 후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법 시행 이전에 울산의 대기 공해에 대한 관심이다. 관계당국은 국가산단 내 악취 및 공해물질 배출업체에 대해 현장조사, 배출량 측정 등의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제출한 울산 내 악취배출사업장 수가 427개에 이르고, 이를 관할하는 곳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다. 실제로 국감 때 지적된 바 있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관할 산단 내 악취 및 공해물질 배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울산의 경우 보이지 않는 공해인 악취로 인해서 산단 인근 지역주민들은 밤잠을 못 이루는 등 심각한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당국은 산단 내 공해물질 등 환경오염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왔다. 

울산공단에 대한 공해문제는 국감 때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주목을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문제는 대책이다.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대책을 위한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과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보완작업을 통해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지금까지의 각종 재난안전사고가 대책이 없어서 발생한 게 아니다. 확실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서 울산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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