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맛있는 동시] 내 심장은 작은 북
[아삭아삭 맛있는 동시] 내 심장은 작은 북
  • 울산신문
  • 승인 2019.04.22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둥둥 북소리 따라 떠나는 미지의 세상
내 심장은 작은 북

궁거랑길 벚꽃축제가 한창일 때 궁거랑길에 봄비가 내렸답니다. 저는 우산을 쓰고 벚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서 있었어요. 길 고양이도 비를 피하던 그 시간, 우산을 두드리던 봄비는 재미없다는 듯 꽃잎들을 만지작거렸어요. 꽃잎뿐이겠어요. 나무를 두드리고 시냇가의 돌들을 깨우고, 땅속에서 하품하던 봄나물들도 깨우기 시작했어요. 똑똑똑! 일어나세요. 빨리 문열어보세요. 봄이 왔어요. 너무 늦지 않게 와야 해요. 기다릴게요. 봄비는 잠자는 자동차도 깨우고 잠꼬대하던 봄바람도 불러왔어요. 한참을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던 봄비는, 깔깔 웃으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따라 돌다리를 건너더니 유채꽃밭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지요.

# 봄비

노란 우산을 두드리며
노란 장화를 두드리며
졸졸 집까지 따라온, 봄비가

씨앗 깨우려 화분을 두드리고
잎사귀 깨우려 나무를 두드리고
참 열심히 두드리고 두드리던, 봄비가

반짝반짝 차가운 발로
두리번두리번
심심한 골목을 두드리던, 봄비가

젖은 발 털어 가며
길 건너는
짜증 난 고양이를 따라가던, 봄비가

요리조리 골목을 지나
누구네 집 앞마당 지나
담 너머로 폴짝 사라졌어요.
 

아동문학가 장그래
아동문학가 장그래

송현섭 시인이 사는 동네 골목에도 봄비가 내렸나봅니다. 노란 우산, 노란 장화를 두드리며 시인의 집까지 따라온 봄비는, 화분을 두드리고 나무를 두드리고 차가운 발로 심심한 골목을 두드리다가 짜증난 고양이를 따라가더니 담 너머로 폴짝 사라졌다고 합니다.
봄비를 만나면 가만히 지켜보세요. 봄비가 하는 일들을 보세요. 봄비는 우리 집이나 우리 동네에만 머무를 순 없어요. 봄비가 할 일은 딩동딩동 초인종을 누르며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쉬지 않고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할 겁니다. 송현섭 시인의 세심한 관찰력이 만든, 따뜻하고도 다정한 동시 <봄비>를 읽으면서 바람이나 미세먼지는 또 어떻게 우리 동네에 왔다가 갈지 형상화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심장은 작은 북이고, 귀는 두 마리의 작은 새라고 말하는 송현섭 시인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작은 북이 둥둥 울리는 순간, 상상력이 다가와 손을 잡아끌고 미지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것 같아요. 두 눈이 밤하늘의 문풍지 구멍이었다는 송현섭 시인! 눈을 크게 뜨고 시인의 북소리 따라 문풍지 구멍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아동문학가 장그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