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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울산시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예산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울산의 주요 현안 사업으로 산업기술관 건립을 요구했다. 국립산업박물관이 아니었다. 국립산업박물관은 2013년 7월 제18대 대통령 지역 공약 사업으로 확정되었다가 2017년 8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 통보를 받음으로써 무산되었다. 어느새 이름은 바뀌어 있지만 필요성과 사업 개요를 보면 동일한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총사업비가 989억 원이다.  총사업비 989억 원 중 172억 원은 시비다. 이름도 '국립'이 빠져 있고, '기술관'이라 바뀌었다.

그런데 사업 내용을 보면 전시관, 복합문화공간, 홍보관, 교육체험관으로 국립산업박물관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업 내용은 과거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데 예산은 최초 기획 단계 예산(1조 2,000억 원)의 10분의1도 안 되는 989억 원이다. 뭔가 이상하다.

원래 '국립산업박물관'은 울산의 건립 요구에 의해 기획된 것이 아니다. 2011년 당시 산자부가 주도하여 서울 용산 미군기지 부지 터에 지으려 계획하던 것을 120만 울산 시민이 7개월 만에 30만 서명을 통해 울산 유치 확정을 성사시킨 시민서명 운동의 성과물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실패. 애초 경제성 중심인 예비타당성 조사가 울산이라는 변두리 도시에서 사업성 있게 나올 리가 만무했다. 서울 용산을 기준으로 1조2,000억 원이었던 규모를 줄이고 줄여 총사업비 1,609억 원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B/C 0.16, AHP 0.226으로 탈락이었다.

'산업 기술사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유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존 필요성'이라는 명분하에  정부가 주도하여 서울 용산에 건립하고자 했을 때는 1조 2,000억, 같은 필요성에 장소만 지방으로 옮겼을 뿐인데, 줄이고 줄여 1,609억 원, 그것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엄청나게 축소된 당시 건립 계획에 필자는 건립실무총괄단장이라는 직함으로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2년에 걸친 미주와 유럽지역의 산업박물관을 자원하여 연구 답사한 결과, 소규모 건립은 국제 경쟁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생력도 없어서 결국 국가 재정이든 지방 재정에 엄청난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건립하지 않는 한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다. 


세계 각지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객들을 끌어 들여 울산의 산업을 2차 제조업에서 3차 관광서비스 산업으로 재편 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최초 기획 단계의 규모는 필수적이었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2차 제조업은 언젠가 중국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에게 추격당할 것이고 이를 따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울산이 살아남기 위해 산업 재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기존 산업들을 버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기존 산업은 고부가가치화 시키면서 산업문화, 자연, 역사(반구대 암각화)가 어우러진 울산만의 고유한 장점을 최대한 살린 관광 도시화를 '국립산업박물관' 건립을 계기로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시카고 산업박물관, 파리 라빌레트박물관, 독일뮌헨박물관 등이 그 좋은 예였다. 수많은 해외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적게는 연간 200만, 많게는 400만이 방문하고 있었다. 도시가 제대로 된 산업박물관 하나로 인해 붐비고 있었다. 울산에도 최초 기획 단계대로 제대로 투자하여 산업박물관을 건립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이 불황 속 고통을 덜 겪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얘기를 앞으로 되돌려 보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지난 3월 울산시가 예산 정책 협의회에 요구한 총사업비는 고작 989억 원이다. 게다가 172억 원은 울산시가 부담한다. 또 '국립'도 아니다. 규모의 문제, 예산 부담의 문제, '국립'이 아닌 문제, 총체적 난국이다. 규모의 문제는 앞서 얘기한대로 경쟁력 약화로 인한 관광객이 들지 않는 흔하고 흔한 박물관 중 하나를 건립한다는 의미, 울산시가 건립 자금 일부(172억 원)를 부담한다는 것과 이름에서 '국립'이 사라진 것은 차후 운영예산은 물론, 유지보수에도 울산시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말아야 한다. 건립해서는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울산시 차원에서도 피 같은 국민 세금만 먹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하마를 애써 기를 헛수고는 말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건립이 가능할 때, 그때도 울산은 여전히 우선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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