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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럴싸한 파티'를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더 그럴싸한 파티'를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쿵쿵거리는 음악이 흐르는 어두운 클럽.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이곳은 선뜻 다가가기엔 멀게만 느껴지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들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클럽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난 24일 남구 달동 복합문화영상스튜디오 하이파크에서 진행된 '더 그럴싸한 파티'는 울산의 청년문화단체 '전자음악단 로이랑'의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된 이색적인 프로젝트다.

작년부터 공연+기부 착한 프로젝트
올해 소외된 계층 문화생활 기획 행보
2040 시각장애인 16명 초대 친목 자리
안전 위해 봉사자 배치 배려 돋보여   


'로이랑' 이제윤 대표는 "일반인들에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문화가 시각장애인 분들에겐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이번 파티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각장애인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관람 편의와 안전을 위해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관이 후원하고,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조력자로 나섰다.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관 이선희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클럽문화는 '안대를 쓴 상태에서 이어폰까지 쓰고 있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목소리로 소통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시끄러운 공연장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즐길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행사장에 와보니 시각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장애 유형을 배려한 이런 뜻 깊은 행사들이 앞으로도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자 참가자들은 음악 맞추기 게임,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귀에 익숙한 곡이 흘러나오자 다함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고,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파티참석자 안영화(남구 달동)씨는 "시각장애인들은 활발한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사가 열려서 좋다"며 "일반적인 클럽의 경우 계단이 가파르거나 불편한 점들이 많지만 이곳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잘 안내를 해줬고, 음악 볼륨을 덜 시끄럽게 조정해 주는 등 섬세한 배려가 돋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랑'은 지난해부터 파티에 기부 문화를 접목해 공연 후 라면, 학용품 등을 기부하는 행사를 펼쳐왔다. 이번 파티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일환으로 의류 등을 기부 받았다. 
이제윤 대표는 "파티문화도 건전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연과 기부를 함께하는 착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파티처럼 앞으로도 대상을 더욱 다양화해 착한 콘텐츠를 주제로 한 파티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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