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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오랜 숙원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건립된다. 울산시 최초의 공공 종합병원이 들어서는 셈이다. 이달 초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입지가 울주군 굴화 공공주택지구로 선정됐다. 사업 계획기간 내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국토 24호선이 관통하고 고속도로 진·출입로 인근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규모다. 산재전문 공공 병원은 지난 1월 29일 예타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총사업비 2,333억 원의 산재기금을 투입해 2020년 착공, 2024년 완공예정이다. 3월부터 KDI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진행 중이며 검토가 끝난 7월 이후 사업계획 규모가 확정돼 실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울산지역 의료계와 진보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모두 20개 단체로 구성된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는 줄곧 500병상 규모의 공공형 종합병원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는 오래전부터 국립병원 형태의 공공병원 설립을 주장해 왔다. 

단체의 주장대로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 공공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울산시민이 10여 년째 요구하고 있는 공공병원은 500병상 이상, 양질의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추진위의 주장은 "울산공공병원 설립이 정치적 업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 안대로라면 300병상 규모의 산재 공공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추진위는 "산재병원은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 내 다른 의료기관들과 함께 공공보건의료를 추진하기 힘들뿐더러, 300병상 규모로는 의료의 질을 선도할 수 없다"면서 "졸속으로 결정한 산재모병원을 즉각 철회하고, 울산 시민이 원하는 혁신형 종합공공병원을 설립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울산시도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건립에 지역 노동계와 상공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한 상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주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류기석 울산 양산 경영자총협의회 회장 등과 함께 산재 전문 공공병원 건립에 따른 노사정 위원회를 열었다. 

병원 건립과 관련해 지역 노동계와 상공계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이 자리에서 노동계는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노동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준희 울산 한노총 의장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정부로부터 예타 면제를 받았지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정작 혜택을 가장 많이 받게 될 지역 노동계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며 "향후 건립 과정에서는 지역 노동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근로자를 위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울산시 건립을 환영한다. 산재근로자를 위한 화상치료센터, 수지접합센터 등의 질 높은 의료시스템과 공공의료체계 구축 그리고 재활을 위한 산재전문 연구기관 설치 등을 위해 울산시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를 위한 노사정 협의기구를 설치해 논의를 지속하자"며 "각 단체별로 역할 분담을 통해 울산시에 꼭 필요한 병원이 건립될 수 있도록 노사단체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이 자리에서 "노사단체에서 울산의 오랜 숙원사업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건립되는데 환영을 표명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 현재 추진 과정에서 우리 시와 시민들의 의지가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 근로자들과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병원이 건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역할 분담을 통해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차질없이 건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시의 자동차, 조선 등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노사정 협력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함께 협조해 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와 상공계의 의견 수렴과 함께 추진위가 주장하는 공공형 종합병원의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울산 시민들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건립을 믿고 있다 허망한 꼴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약속만 하다 올 초에야 예타면제 사업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울산형 공공병원이 산재전문병원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울산시가 당초 추진했던 혁신형 공공병원은 연구기능을 갖춘 500병상에 총사업비 2,500억 원 규모다. 울산의 의료문제가 제대로 다뤄져 반듯한 공공병원이 건립되어야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크다. 산재 전문 병원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의 막대한 투자와 함께 지속적인 예산투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약속이 없다면 잘 지은 병원에 허술한 의료진과 외면하는 환자로 허망한 결과를 보게 될 공산이 높다. 미래를 보고 추진하되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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