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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토마스 린치 지음·테오리아·400쪽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이는 누구일까. 가족? 의사? 물론 생명이 소진하는 순간까지는 그들이 죽음의 과정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생명이 주검으로 변한 이후 그 과정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는 바로 장의사다. 염부터 시작해 주검을 묻는 행위까지 죽음의 모든 물리적인 의식을 맡은 자가 바로 장의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장의사가 바라보는 죽음과 삶의 풍경을 서술했다. 책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단순한 장의사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저자는 미국 미시간에서 대를 이어 장의업에 종사하는 동시에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저자는 장의사이자 시인으로서 특별함을 더해 죽음을 '묻고', 삶을 '묻는다.' 시인 장의사가 바라본 죽음과 삶에 관한 남다른 명상을 만나볼 수 있다. 
 

# 남방큰돌고래 안도현 지음·휴먼앤북스·180쪽    "커다란 것은 작은 것들에게 겸손해야 해. 우리에게는 그게 일상이지만 작은 것들에겐 착취와 폭력일 수도 있어"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안도현이 어른들을 위한 신작 동화 '남방큰돌고래'를 펴냈다. 책은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불법으로 포획돼 매일 '쇼'를 해야 하는 신세로 됐다가 자유를 찾은 남방큰돌고래 '체체'의 이야기다.


지난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제주 바다로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생명 사랑과 자유, 행복 등 근원적 가치 추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시인이지만 현실 정치에 깊숙이 몸담았던 안도현이 순수성과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학 본령으로 회귀하려는 몸부림을 '체체'에 투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체체는 '정신의 자유'와 '행복'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탐구한다.
 

#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이주희 지음·Mid·340쪽    EBS 다큐프라임 6부작 다큐멘터리 '한국사 오천년 - 생존의 길'로 방영된 내용을 담은 책. 역사책을 넘어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적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저자 이주희 EBS PD가 이젠 '서있는 자리'를 바꿔 약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는 '약자의 현실주의'가 주효했던 혹은 절실했던 한국사의 네 장면을 냉철하게 검토하고 있다.


삼국 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김춘추와 김유신, 동북아 균형자 고려를 만든 서희와 현종의 이야기는 약자가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쟁취하면서 다른 강자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던 교훈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역사에도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강자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은 현실주의자들의 기록은 우리에게 말한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보는 '정확한 눈'과 '자신만의 무기'를 갖춰야 한다고. 약육강식의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현실을 바꾸는 현실주의자'를 위한 명확하고 날카로운 지침을 전해준다.
 

# 순례, 세상을 걷다 오동호 지음·인타임·277쪽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세 나라에 걸친 2,000km 산티아고 순례길의 서경과 서정을 담은 풀코스 순례기.
이 순례기는 '꿈꾸는 정책가'이자 '고독한 여행가'인 저자가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인생 2막을 시작하며 순례길에서 쓴 삶의 성찰기이기도 하다.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여느 산티아고 순례기와 차별화된다. 하나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세 나라에 걸친 2,000km의 대장정을 담았다는 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위의 세 길을 포함해 다섯 개 정도인데, 보통 순례기는 이들 중 하나만을 걷고 쓴다. 세 개 코스 2,000km를 걸은 순례기는 흔치 않다.


다른 하나는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선 저자의 진지한 성찰기라는 점이다. 인생 1막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하더라도 인생 2막의 무대 앞에 서면 두려움이 엄습하게 마련이다.
그 두려움을 진정시키는 마법으로 저자는 고난의 여정, 82일간 2,0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했다.
인생 1막과 작별하고 인생 2막을 맞이하는 자신만의 의식을 치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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