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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연료 황 함량규제 시행이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계가 본격적인 설비개선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업계 대부분 작년부터 설비전환 시작
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이달 울산시 온산공장 내에 위치한 중질유 탈황 촉매 재제조(RHDS) 설비 개선을 위한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시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RHDS는 고도화 설비에 원료가 주입되기 전 단계 공정으로 중질유에 함유된 황 성분을 빼내는 친환경 설비다.

내년 IMO 2020이 발효되면 저유황 제품의 수요가 시장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저유황 제품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RHDS 설비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IMO 2020은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감축시키는 환경 규제다.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해상 연료유에 적용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IMO 2020 규제가 시행되면 해양연료 믹스는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1960년대 이래 가장 널리 해양연료로 사용됐던 고유황 연료유(HSFO) 수요는 올해 하루 평균 350만 배럴에서 2020년 하루 평균 14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새롭게 도입되는 초저유황 연료유(VLSFO)의 수요는 2020년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을 기록하고 2024년에는 하루 평균 180만 배럴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EA는 IMO 2020 규제 시행으로 2020년 경유가격이 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IMO 규제가 엄격하게 시행되면 경유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선박연료유로 사용됐던 고유황 연료유는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전력 및 시멘트 산업에서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그동안 IMO 2020 규제 시행에 따라 저유황유 중심으로 재편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준비에 나서왔다. 

# GS칼텍스, 아직 계획없어 압박 예상
에쓰오일 역시 앞서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에 대한 투자를 마치고 작년 말부터 상업가동을 시작, IMO 2020 규제에 대한 대응력을 한껏 높인 상태다. RUC는 고유황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을 저유황유, 석유화학 원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SK에너지를 통해 약 1조 원을 투자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하루 평균 4만 배럴 생산이 가능한 이 설비는 내년 상반기 중 기계적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같은 해 7월 상업가동을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싱가포르 항만청 발표에 따라 저유황 선박연료 공식 판매업체로 지정돼 오는 3분기부터 저유황유 판매 자격을 갖춰 상업가동 즉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하는 SDA공정을 완공하고 고도화설비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고도화율을 높였다. 

세계적인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는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정유사 간 점유율 변동은 고유황유 생산량을 어떻게 저유황유로 돌릴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저유황유를 생산하거나 경유 생산량을 늘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GS칼텍스는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 아직 없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하향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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