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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청이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에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홀로 사는 노인의 집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안전을 확인하는 등 기초 생활을 관리해 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또한 필요로 하는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주거나 지역 내 노인 복지 현황을 조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요즘과 같은 노령화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이들 중 한 사람으로 외로운 독거노인 어르신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필자가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렸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제 부모님으로 생각하고 성심을 다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 안부가 걱정되어 연락을 취하거나 방문을 해도 어르신의 소식을 알 수 없을 때가 종종 생긴다. 깜깜 무소식에 애간장이 녹아내릴 지경인데도 자녀들은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는 등 가슴 아픈 현실에 맞닥뜨릴 때면 어르신께 더욱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던 지난해 여름, 지독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달동의 허름한 주택에 거주하고 계시는 어르신이 식욕을 상실하여 영양실조로 돌아가시기 일보직전이었다. 지속적인 관리에도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 어르신의 자녀에게도 연락을 해 함께 조치하고자 하였으나 자녀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한 어르신의 휴대전화도 고장이 났는지 응답이 없어 직접 방문하기 전에는 어르신의 건강을 확인하기조차 어려웠다. 어르신의 자녀에게 휴대전화 교체를 부탁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안전위험군인 어르신을 주5일 방문해 최대한 많은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했다. 최우선으로 후원을 연계해 식사를 보장했는가 하면 워낙 노후가 심한 주택이라 현대자동차 기업과 연계해 도배장판 시공을 해주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에너지재단과 연계해 고장 난 보일러도 새로 교체해 드렸다. 특히 폭염을 이기시도록 달동행정복지센터와 연락해 선풍기도 제공해드렸다. 이제는 식욕도 회복하고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다. 그제서야 필자도 마음이 놓였고 한편으로는 나의 도움의 손길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필자가 돌보는 어르신 가운데 무릎 통증으로 거동에 심각한 장애가 있고 우울증과 무력감으로 자살 위험군에 속할 정도의 고통을 받고 있는 어르신도 계신다. 평소에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 고민하다 마침 4월에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 1인을 대상으로 수술비 전액을 지원해준다는 공문을 보게 되었다. 어르신의 사연을 전했더니 다행히 대상자로 선정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상태가 좋아져 실버카를 이용하면서 산책도 즐기신다. 수술 연계를 받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치유프로그램에도 매달 나가면서 지속적인 관리도 받고 계신다. 게다가 매달 1박2일 행복여행에 참가하며 우울증과 무력감을 극복해 나가시고 계신다.


특히 어르신께서는 자식이 있긴 하지만 자식과의 왕래가 거의 없어 어르신의 건강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김치, 밑반찬, 국, 간식 등을 연계해 주었다. 이제는 어르신의 집 현관에 들어서면 급히 몸을 일으키시며 “우리 선자 선생 왔는교?" 하시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그래. 선자선생을 알아가지고 그래도 힘을 얻고 잘 살게. 내 다리도 낫게 해주고 참으로 선자 선생이 자식보다 낫다. 고맙다!" 하시며 우실 때면 생활관리사로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 밖에도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다 이웃에게 돈을 빌린 어르신이 약속 날짜까지 갚지 못해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하시는 분도 계셨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삶을 포기하려 하였으나 후원을 연계해 빚을 해결해 드리는 등 어르신의 심리적·물질적 안정을 드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전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정상적인 삶을 찾으시는 것을  볼 때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였다.


필자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어르신들이 지원을 받아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거나 안부확인을 하면서 서로믿고 의지하며 밝아지는 표정을 볼 때이다. 앞으로도 어르신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타 서비스와 연계하여 여생이 쓸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생활관리사가 된 것이 제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며, 최고의 보람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걸어갈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5월 가정의 달이 되니 감사의 마음도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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