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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이 필요해

특별한 날에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노래방
마이크를 잡고
불러 대는 노래가
속마음이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조금은 풀린 눈동자로 애교스런 엄마.
오빠 한번 믿어 봐
박자 음정 놓치면서도
느끼하고도 용감한 아빠

매일 이렇게 너를 보낼 수 없다고
제멋대로 몸을 흔드는 누나.
음료수 마시느라 노래에 관심 없는 여동생.
보여 줄 게 있다고 외치는 나

김 영 시인의 '관심이 필요해' 동시를 감상합니다. 이렇게 재미난 동시 속에 우리 가족이 숨어 있습니다. 제가 있고 남편이 있고 저의 아들, 딸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현실감 있는지 여러 번 읽어도 재미납니다.


생각해 보니  노래방 가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가족끼리 가서 노래를 불러본지가 언제쯤 일까?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우리 동네에 그렇게 많았던 노래방인지 노래연습장인지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잘 보이지 않고 크고 화려한 커피 집만 늘어났습니다.
결혼기념일이거나 가족들 중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노래방에 가면 시인의 말처럼 마이크를 잡고 내 마음속에 담긴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노래 가사를 골라 노래를 부르면 남편이 알아주든 말든 아들, 딸이 알아주든 말든 저는 마음에 담고 있던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게 내지르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말입니다.


남편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면 저 남자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곡을 부르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노래방에 다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살짝 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추는 아들, 딸을 지켜보다 치고 있던 박수까지 멈추고 눈살까지 찌푸려가며 약간의 걱정도 했습니다. 저렇게 놀다가 책은 언제 보고 언제 취업할 것인가?


하지만 노래점수에 팡파르가 울리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물개 박수를 아끼지 않는 식구들을 보면서 행복하게 즐겁게 마무리했습니다. 또 오자 또 가자 약속하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것도 때가 있나 봅니다. 남편은 회사일, 아이들은 시험 그리고 취업. 다들 바쁘다 보니 노래방이나 노래연습장에 가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 됐습니다. 경기가 나빠 회사 일로 정신없는 남편이 노래를 부를 분위기인지, 취업 걱정하는 아들, 딸에게 노래 듣고 싶다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 겉으로는 말하지 않겠지만 '엄마 내 인생 책임 질 건가요'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요즘 힘들고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집집마다 가족들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그래도 한 순간 쉬고 싶을 때 손잡고 노래방에 가서 슬픈 노래 기쁜 노래 각자의 마음을 담은 노래 가사를 찾아 노래를 부른다면 몇 시간의 대화보다도 꽤나 괜찮을 것 같습니다. 푸르른 5월 가정의 달 김 영 시인의 동시처럼 '관심이 필요해'입니다. 가족끼리 노래 부르면서 진정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즐겁고 행복한 5월 가정의 달을 보람 있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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