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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인 유물이나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울산의 경우 반구대암각화를 필두로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울산을 신라문화권과 차별화된 울산문화권으로 분류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울산의 경우 문화재 관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엉망인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가지정 보물과 울산시 유형문화재, 기념물이 한자리에 있는 간월사지다. 불교문화의 대표적인 성지인 간월사지는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폐허로 방치되고 있다.

울주군 상북면 알프스온천4길 15 일대(1만 2,722㎡)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370호 석조여래좌상(1963. 1. 21. 지정)과 울산시 기념물 제5호 간월사지(1997. 10. 9. 지정), 그리고 간월사지 경내에 있는 삼층석탑 2기가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38호로 올해 추가 지정된 울산의 대표적 신라시대 불교문화유적지이다. 

이곳이 지난 2016년 문화재청의 유적발굴조사 이후 별다른 사후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4년 보물 370호인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 즉각적인 보수 정비가 필요한 F등급 판정을 내리고, 울산시와 군비 6억 5,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6년 5월 23일부터 12월 말까지 7개월 동안 (재)삼한문화재연구원에 맡겨 간월사지에 대한 본격적인 유적발굴조사를 벌였다. 

등억온천단지가 개발되기 3년 전인 1984년 7월 3일부터 한 달간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기초초사를 겸한 첫 발굴이 이뤄진 지 30년 만이다. 하지만 발굴조사 결과 첫 조사에서 확인된 총 20기의 유구와 기와와 완, 접시 등 403점의 토기조각들만 발견하는 등 이렇다 할 의미 있는 문화재의 추가 발견 없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문화재청의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이유로 파헤쳐진 이후 2년 반 동안 별다른 조처 없이 현장이 공사판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간월사지는 이번 발굴 조사 이전까지만 해도 잔디밭으로 단장됐던 곳으로 외부 관람객 맞이에 무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황토색 맨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본당 터인 금당지는 낡고 삭은 비닐 포장과 터져 버린 모래포대들이 마치 폐토장을 방불케 한다. 발굴과정에서 확인된 경내 주요 시설의 표식 간판들은 바람에 날려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고, 석축시설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곳은 비닐 포장이 길게 덮혀진 채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금당지와 석탑을 둘러싼 철재 울타리는 심하게 부식돼 이곳이 과연 울산시 기념물로 지정된 곳인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발굴조사 당시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던 차단 시설 역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발굴조사 시작과 함께 3년 동안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곳의 삼층석탑 2기를 올해 1월, 울산시 유형문화재 36호로 추가 지정하고 울산시 문화재가 늘었다고 홍보했지만 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울주군 관계자는 "올 들어 간월사지 정비를 위한 실시설계용역비 8,700만 원을 울산시에 당초예산과 추경예산으로 반영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사업순위에 밀려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시지정문화재 정비비는 원칙적으로 시와 군이 각 50%씩 부담을 하게 돼 있어 울산시의 예산 지원 없이 군이 독자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해마다 문화재 보존관리 사업과 문화재 훼손 시 신속히 복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문화재 돌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 돌봄 사업단을 통해 수리기능지원팀, 전문모니터링팀, 사무행정팀 등 3개 분야로 사업단을 구성해 체계적인 운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문화재 현장에서는 이같은 활동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울산시가 밝힌 문화재 돌봄 사업단의 활동은 정기적인 순찰과 잡초제거, 배수로 정비, 환경미화 등 일상적 관리와 함께 기단, 마루, 기와 경미한 훼손을 신속히 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그동안 문화재 관리가 대부분 단순 정비나 보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문화재는 선사시대 유물과 유적을 비롯해 신라 1,000년의 문화적 산물, 고려와 조선조의 양식까지 실로 다양하다. 특히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일대의 선사문화일번지의 암각화군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인류 문화의 보고다. 간원사지 역시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 보수와 정비에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되는 보존관리 사업의 현재 상황으로는 이들 문화재를 관리하는데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문화재 관리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울산문화권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종합적인 브랜드화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묻혀져 왔던 울산의 문화재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당국의 의식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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