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울산을 찾았다. 부산과 경남에 이어 세 번째 장외투쟁의 전략지역으로 울산을 택했다. 전날 경남 거제에 있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황 대표는 통영·창원·양산을 훑으며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좌파독재를 완성하고 연장하기 위해 무리한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는 장외투쟁은 오래된 투쟁 방식이다. 야당이 여당을 상대로 하는 항거의 수단이자 정치적 세몰이로 여론을 집결하려는 도구로 사용됐다. 의회활동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 여의치 않을 때 자신들의 지지층을 상대로 호소하는 정치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은 20대 국회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위기를 이유로 '전술핵재배치 국민보고대회'를 전개했다. 지난 2월에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저지를 위해 통일대교 및 전진교 점거·기습 시위를 벌였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민주당 댓글공작 사건'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의혹'을 이유로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고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불러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까지 가진 뒤 북으로 보냈다. 한마디로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도 장외투쟁의 이력에서는 한국당 못지 않다. 더불어민주당도 과거 야당시절에는 '장외 투쟁'을 빈번하게 사용했다. 지난 2011년 11월,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전개했고, 지난 2013년 8월 1일,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을 비판하며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다. 하지만 당시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과 함께 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했고 결국 54일 만에 김한길 대표는 “조건 없이 등원하겠다"며 장외투쟁을 철회했다.


성과없는 투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장외투쟁을 정치적 묘수처럼 자주 사용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손익계산법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익은 없을지라도 원내에서 대치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이득이 많다는 게산이 깔린 탓이다. 그 계산법의 속사정은 무엇보다 세결집과 동정론이다. 황교안 대표가 장외투쟁 직전 광주를 찾은 것이 좋은 예다. 물세례 이상의 혹독한 반발이 예상되는 광주방문을 강행한 이후 곧바로 자신들의 강세지역인 PK지역을 찾은 것은 정치적 대척점에 선 정서적 결집을 통해 정치적 결의를 보여주는 정치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외투쟁은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지만 결토 사라지지 않을 정치인들의 히든카드가 되는 셈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