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최대 25% 관세 부과 여부 시한(18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완성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1조 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데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미국이 대중국 관세폭탄 공세를 다시 시작하면서 직간접적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을 기해 2,000억 달러(약 235조 6,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앞서 미국은 이와 별도로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왔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압박이 강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하는 우리 기업의 손실은 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 업계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수출 중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3%다. 해외에 수출되는 3대당 1대가 미국향인 셈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 판매된 127만 대 중 무려 58만 대를 한국에서 생산했다. 때문에 미국이 실제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부품사들과 전·후방 산업의 연쇄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따른 간접 피해도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실제 중국이 고관세를 물기 시작하면 한국의 수출이 8억 7,000만 달러(약 1조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잇따른 대중국 관세부과로 한국의 수출이 총 0.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날 밝혔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미국의 관세율 상향 조치에 대한 참고자료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 효과로 중국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어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은 0.10%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대중 간접효과로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라 대세계 수출이 0.04% 줄어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 미국 조치로 인한 수출 감소분은 0.14%(8억 7,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중국에 생산공장을 세운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해외공장 중 최대 규모인 '북경현대기차'를 세워 연간 125만 대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엔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공장도 있다. 때문에 현대차는 직간접적 관세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명희 통상교섭장관이 13~15일 미국을 방문해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앞서 지난 10일 열린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며 "한국 정부는 자동차 수입에 특별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의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태도를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지난 2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8일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 등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한미 상호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가 결정될 경우 최대 25%의 고율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하주화기자 usj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