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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도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울산의 버스파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울산 시내버스 파업이 코앞으로 닥쳤다. 울산을 포함한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소속 특·광역시 12개 지역이 당장 내일부터 파업에 나설 태세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울산 716대 시내버스(일일 운행대수) 중 499대가 멈추게 된다. 울산시는 전세버스 63대를 대체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평소 버스 운행에 비해 4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시민 불편은 불가피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연맹 사옥에서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과 서울, 부산 등 12개 지역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대표자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자동차노련은 오늘까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5일 첫차(오전 4시)부터 전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울산의 경우 한국노총자동차노련 소속 5개사 노조가 지난 8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전체 조합원(재적인원) 1,018명 중 938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893명(95.2%·투표대비), 반대 44명으로 가결했다. 

누적된 적자로 울산 버스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노사 간의 접점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한국노총의 버스 파업 결의는 정부의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 보전 요구에 따른 문제여서 울산시가 나서서 문제를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버스 파업이 당장 현실화 되자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주말에 합동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권고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해 무책임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은 정부가 불러온 측면이 강하다. 버스 노조들이 정부의 책임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책회의를 가진 정부는 남의 일처럼 대하는 상황이다. 주 52시간 근무와 무관하게 임금을 올리려는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추가인력 채용부담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버스회사들의 상황이다. 주 52시간 시행을 위해서는 추가인력 채용이 불가피하고 이를 감당하려면 요금 인상과 정부 재정지원 없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현호 자동차노련 울산노조위원장은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고, 상부의 방침이 결정된 만큼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 발표가 없다면 파업은 불가피하다"며 "임금과 복지가 최악의 수준인 울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파업이 현실화 되면 울산은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상당수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추는 초유의 대란이 일어난다. 일일 운행되는 716대의 시내 버스 중 한국노총 소속 499대의 시내버스가 파업에 동참하고, 민주노총 사업장 1곳과 기업별 노조 업체 1곳도 정상 운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는 파업에 대비해 전세버스 63대와 관공서 버스 7대를 긴급투입하겠다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놓았지만 시민들을 실어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동차노련 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길 바라고 있지만, 국토부는 버스 요금 '인상'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방법이 없어서 국토부가 지자체에 버스 요금 인상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파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세버스 등 대체 교통편을 긴급 투입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노련 소속 노조는 오는 7월 1일 주 52시간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시급 기준으로 12.15%를 인상해 실질적인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 버스 기사들의 후생복지 개선을 위해 울산버스복지재단 설립도 요구하고 있다. 요구안에는 현재 12만 원인 무사고 수당을 16만 5,000원으로 인상하고, 만 61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내버스는 울산의 경우 시민들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대중교통망에 파업까지 강행한다면 시민의 발은 완전히 묶이게 된다.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울산시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개별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강행한 주 52시간제 정책이 결국 대중교통 대란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만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보이지만 그동안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는 게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시민의 발을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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