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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로 맑게 꽃을 표현하는 이영미 작가의 꽃은 향기를 뿜은 듯 생동감이 넘친다. 많은 이들이 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것이 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나타내지만 주위에 친숙하고 밀접하게 존재하는 것이 '꽃'이기도 하다. 

2017년과 2018년 한국 구상대제전 선정작가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영미 작가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꽃을 그리고 있다. 꽃을 표현하는 것은 그녀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며, 때로는 웃음을 주며, 살아가는 이유이기 조차하다. 그 이유에서 작가 자신을 꽃에 투영해 맑은 수채화로 정성껏 표현한다.

작품 보랏빛 나르샤에서 나타나듯 꽃의 형태는 둥글고 큰 원에서 겹겹이 쌓여있는 꽃잎들로 변화무쌍한 조화를 이룬다. 그 모양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이다. 이는 작가가 꿈꾸어 오던 어린 시절의 사소한 희망사항부터 이상을 향한 커다란 꿈들까지 한 잎, 두 잎, 여러 장의 꽃잎이 다각도로 모여 비로소 한 송이의 꽃이 붓끝에서 피어나게 된다. 작가의 삶이 기쁨과 슬픔, 다양한 감정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안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꽃이 보여주는 생명력과 다채로움과의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소향 이영미作 '보랏빛 나르샤'
소향 이영미作 '보랏빛 나르샤'

작품 속에서 작약은 얇게 피어난 꽃잎이 하얗고 우아한 자태를 빛내고 있다. 더불어 이 속에는 자연의 질서와 순리가 깃들어 있기도 하다. 꽃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삶을 비추어 반성하는 계기를 가질 정도로 위대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일부 모습이다. 특히 꽃 가운데서 작약은 풍성함과 은은함을 동시에 지닌 꽃으로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하듯 더 넓은 곳으로 비상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갯 작약의 하얗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한 색채는 강렬한 열정을 담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열정과 에너지가 감각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흰색을 이용해 정열을 나타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며 그것은 작가의 열정이 그림에 꾸밈없이 녹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올 한올 붓끝의 하얀 물감으로 색채를 채워나가며 열정 가득한 작가의 그림에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가 녹아있다. 그렇기에 그림에는 향기가 없지만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내면적 기운이 마치 향기처럼 스미는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나르샤'는 순수 우리말로 '날아오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꽃은 삼라만상의 기초인 생명력과 강인한 정신력, 표면적 아름다움을 모두 지니고 있다. 추상적인 감각과 혼신을 다하는 섬세한 작업과정에 모든 것을 초탈하는 경지의 의미에서 날아오름을 실현하고 싶은 작가의 내면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주제이자 작품의 제목이다. 

이 작업은 사실적인 표현으로 보이지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심리까지 반드시 반영하는 표현 방법을 택하고 있다. 꽃이 피는 시기와 바람의 방향, 보는 이들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변화하는 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용적인 태도록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정신을 닮아있기도 하다. 작업에 대한 진정성을 비롯하여 완성도 높은 표현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그녀의 삶은 붓끝에서 피어나는 역경과 아름다움을 지닌 정열의 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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