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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학부모 이기주의 발로인가' 아니면, '교육행정의 불통 때문인가'. 천상·구영 등 범서지역 고등학교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내놓은 대책(본보 2019년 5월 7일자 6면 보도)이 무산됐다. 울산지역 최고 과밀학급으로 피해를 입는 학생과 교사의 교육환경 개선 차원에서 추진됐으나 해당지역 학부모 반발과 시교육청의 불소통 행정 등으로 범서지역 과밀학급 해소는 요원해졌다.
 

울산시교육청은 14일 울주군 범서지역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토했던 구영·천상지역 고교생 언양고 배정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구영·천상지역은 신도시 개발로 수년 전부터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면서 학급과밀화 현상을 겪고 있다.
범서지역에 소재한 2개의 고등학교인 천상고등학교와 범서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선을 넘어섰다. 각 32명, 32.7명으로 울산 전체 고등학교 평균(24.3명)에 비해 8명 이상 많은 수준. 이 때문에 학생들의 체육관이나 급식소 사용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고 교사들도 학사 운영에서 여려움이 크다.


이들 학교의 과밀학급 현상은 시교육청의 수요 예측 실패와 함께, 고교 신설 허가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범서중·구영중·천상중·장검중 등 4개 범서지역 중학교 학생들이 천상고와 범서고 진학을 주로 희망하는데서 비롯된다. 통학 등 접근성의 장점도 크지만 다른 학군에서는 중·고등학교 6년을 채우면 적용되는 농어촌특별전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학교 신설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지만 지역 전체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만 새로 학교를 신설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범서지역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방안 3가지를 내놓고 학부모들로부터 의견 수렴에 나섰다.
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무거지역 학교군으로 배치 △언양고로의 학생 수용 △현 체제에서 최대한 수용 등 3가지다.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구영·천상지역 일반고 배정 학부모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사자 당초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은 일차적으로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차량으로 20분 이동해야 하는 학교 배치에 불만에서 비롯됐다. 여기다 시교육청의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앞서 범서지역 의견 청취 혹은 해소 방안을 제안받는 등의 절차 없이, 이미 수립한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일방적인 통보에 학부모들이 반발을 샀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시교육청의 교육정책 추진 '방식'과 '내용' 모두에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해당지역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부모는 "안그래도 교육청의 교육정책이나 행정에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과밀학급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학부모들로서는 '왜 지금이냐', '사전에 과밀학급 해소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냐' 등 불만이 팽배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민감한 현안인 만큼 시교육청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는데, 제대로 소통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으로서는 애써 모색했던 울산 최대 과밀학급 해소 추진 방안을 제대로 된 논의 및 협의 한번 진행못하고 접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에 대해 이창원 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과장은 "다른 학군으로 배정을 기정사실로 정해 놓고 형식적인 설명회를 가지는 것으로 학부모들의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며 "범서지역 과밀 학급 문제는 학교 관계자와 학생, 학부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조만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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