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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다문화가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다 사회복지사의 제안으로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준 게 그 시작이자 계기였다. 처음엔 동기 몇몇과 시작하던 것이 2007년 대학 총학생회장을 맡으면서 다문화 이주자들을 위한 교육에 대학 전체 학과를 동참시킬 정도로 열정을 꽃피웠던 기억이 있다.
처음엔 '중국어가 늘겠지'하는 기대와 호기심에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내가 '선생님'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부터 생기는 책임감이 나를 자극했던 것 같다. 진짜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나름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어 교원과정 3급과 이주민교육을 위한 양성과정 이수를 비롯해 동료들과 함께 여러 교재를 펼쳐놓고 며칠 밤을 새워가며 한국어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10여 년을 봉사하다 문득, 좀 더 체계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2008년 비영리 사업자로서의 다문화 학교의 시작이다. 이어 2012년 울산광역시 민간단체를 등록했고 그리고는 2015년 사단법인으로서의 다문화 희망학교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다문화가족 지원조례법이 2009년도에서야 제정 되었으니까 제법 앞선 봉사활동을 통해 다문화가족과 애환을 함께 해 온 것 같다. 다문화가족의 한국어 선생님이 되어 다문화 이주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날 때마다 성인 문해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곤 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일과 가정, 정상적인 삶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서 한국어 교육 재능기부 봉사를 결코 멈출 수 없었다. 여기에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전통혼례, 중도입국 청소년과 다문화 가족 자녀를 위한 주말농장, 한국사회문화 체험, 양성평등 기회까지 제공하는 등 이주자들의 안정적인 삶의 지원에 최선을 다해 오고 있다.


다문화 지원사업을 하면서 필자는 지역사회와 기업인들에게 끝없이 권유와 제안활동을 해오고 있다. 전통혼례를 올린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해 주변인들에게 친정부모가 되어달라는 것도 그 첫째 제안활동이다. 그들이 낯선 한국생활에 제대로 적응하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역사회의 따뜻한 격려와 지원를 경험한 다문화 이주자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받은 만큼 봉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곤 해 우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우리의 도움으로 한국어를 배우거나 전통혼례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수혜자에게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받은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갚는 것은 다시 나누는 일이라"고. 이런 뜻에 공감한 수혜자들 다수가 울산출입국관리소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거나 주민센터에서 강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지 모른다. 문득, 어린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 한 끼를 어렵게 채우던 기억을 떠 올려본다. 먹고 사는 걱정 없이 가족 모두가 건강한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더 많이 나누는 게 진정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고 산다. 그런 마음으로 나의 전문성을 키우고 더 많은 봉사활동을 위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마치고 글로벌 다문화전공 국제학 박사과정를 수료하고 현재 논문 준비에 한창이다.


내게 소원이 있다면, 다문화 자녀들이 바른 심성을 가지고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동감하는 분들과 함께라면 꿈이 훨씬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다문화'가 아니라 우리 이웃이자 형제고 가족인 그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사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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