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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결정을 6개월 미루기로해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자동차 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최근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V자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닌 만큼,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 美, EU·日 추가협상 진행 6개월 연기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고율 관세 결정이 오는 11월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의 보고서 검토 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18일까지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미국 관세조치가 현실화되면 기존 2.5% 의 관세가 25%로 인상된다. 

관세 결정을 연기한 건 일본·유럽연합(EU)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동차 관세 결정 연기는 현재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지역인 일본, EU(유럽연합)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업계, V자 회복 기대·불확실성은 여전
수입차 관세 인상 6개월 연기 결정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일단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면제 조치를 기대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됐던 현대차그룹은 이번 관세 연기 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V(브이)자 회복'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은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0만 8,410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미국 전체 자동차 소비가 2.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선전했다. 두 브랜드의 지난달 미국 시장 합산 점유율은 8.2%로, 2017년 4월(8.2%)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 여부는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미국이 최종 결정을 미뤄놓은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EU·일본 등에 고율 관세가 확정되면 해당 국가의 자동차 수요 감소 역시 우려된다. 

# 관세부과 시 국내 생산계획 수정 불가피
우리 정부도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면제 대상인지는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용래 통상차관보는 지난 18일 미국 백악관 발표에 대한 1차 분석을 마친 뒤 "일부 외신에서 한국, 멕시코, 캐나다는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이라고도 하지만 아직 확실치 않다"며 "시간을 두고 미국과 접촉해 최종 면제 여부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세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신차를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를 차례로 미국에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추가 협상 등의 추이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대처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북미 수출용 쏘나타의 국내 양산 계획은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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