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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는 '3세대 초청 가족 한마당' 행사가 열린다. 요양원에 입소해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다.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가정에서 간호를 할 수 없어 헤어져 살던 자녀와 손자녀들을 초청해 하루를 가족들과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요양원은 분주하다. 앞 공원에 천막이 쳐지고 커다란 가마솥이 걸린다. 이젠 명물이 된 소고기 국밥이 끓기 시작하고 옛 장터를 연상시키는 바자회 준비도 한다. 행사장은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각종 체험거리가 준비되고 증손자들이 오면 먹을 수 있게 아이스크림 제조기도 설치된다.


이 날 만큼은 온 가족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시작 한참 전부터 손자 손녀들이 와서 돗자리를 편다. 나무 아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어르신들은 손자, 손녀들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달고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에 몸을 싣고 공원으로 나오신다. 행사가 시작된다. 추억의 쪽자 만들기, 새끼 꼬기, 떡매치기 등을 손자들의 손에 이끌려 함께 해 본다. 치즈 하면서 즉석 사진을 찍고 얼굴에 알록달록 페이스 페인팅도 해 본다. 가족들 모두 모여서 부추 전을 나누어 먹고 이날은 금주령도 해제된다. 동동주 한잔에 둥실둥실 춤추는 분들도 보인다. 햇살이 따가울 텐데 환한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다.


어르신이 지내는 방도 공개한다. 손자들에게 어르신이 가꾸고 있는 화분을 구경시켜 주고 그린 그림도 자랑한다. 한 방을 사용하는 친구를 소개하고 그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가족들 앞에서 평소에 하는 체조를 선보이며 공연도 해 본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3세대 초청 가족 한마당 행사는 요양원을 개원한 다음 해인 2005년부터 해마다 하는 행사로 올해도 14번째다. 그때는 장기요양 보험이 실시되기 전이었고 무료요양시설이라서 가족이 없는 분들이 많았다. 가족이 없으신 어르신들은 자원봉사자나 직원들이 아들, 딸, 손자 손녀가 되어 주는 일일가족 역할을 했다.


가족들이 있어도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피하고 싶은 이유였다. 그때는 부모를 내 가정에서 정성껏 모셔야 효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요양원에 모신 것이 불효자로 여겨 질 것 같아 비밀로 하고 싶은 까닭이었다. 초기에는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퇴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노환이 깊은 시어머님을 오랫동안 모신 70대의 며느리가 자신이 몹쓸 병에 걸려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다. 그런데 노모의 딸이 와서 올케가 엄마를 요양원에 버렸다고 야단하며 억지로 다시 모셔갔다.


어떤 아들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대 소변을 받아 내야하는 상황이라 직계가족이 의논하여 요양원에 입소하게 됐다.
어르신의 형제들이 와서 조카들을 불효자라고 호통을 치며 형님을 요양원에 버려 둘 수 없다며 집안싸움을 하기도 했다.


2008년 장기요양 보험법이 도입되고 노인요양원에 대한 인식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장기요양보험료를 내는 것은 의무사항이 됐다. 이제 요양원을 이용하는 것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 같은 것이 됐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집에 모시는 것은 방치라는 생각에 오히려 불효자로 여겨지는 세상이 됐다. 노환이나 뇌졸중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로 배회가 심한 노인을 각 가정에서 잘 모시기란 쉽지 않다. 매 끼니 마다 밥을 차려 드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대다수이라 자칫 방치되기 쉽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입소자 어르신들의 연령이 고령이다. 주 수발자인 자녀의 연령 또한 높아 노인이 노인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 가정 내에서의 부양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부양은 요양시설에서 하는 것이 당연시 됐다.


가족 한마당 행사도 해를 거듭하면서 참여하는 가족들의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입소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자녀의 나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흰머리가 희끗 희끗한 증손자가 노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행사장 이곳저곳을 다닌다. 다른 입소자의 가족들과도 눈인사를 한다. 고증조 할머니를 위하여 솜사탕을 만들어 할머니의 손에 쥐어 드리고 할머니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드린다. 백세의 노모는 어버이날 행사가 있어 좋다고 엷은 미소를 보낸다. 따사로운 햇볕아래서의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새로운 효도 아름다운 효도로 요양원 앞 공원의 풍경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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