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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사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임시 주총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회사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물적분할을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분할 후 현대중공업이 울산을 떠나느냐는 점이다. 팩트는 그런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줄기차게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울산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근거는 무엇일까. 분할 이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출자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되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 절차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합의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노조는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본사를 서울에 두게 되므로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지역의 세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분할 후에도 울산에 유지할 예정이며 공장 이전 없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수행하므로,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소재지를 두고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이전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그리고 기업결합 승인 후 대우조선해양까지 자회사로 두는 중간지주회사이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업의 투자와 엔지니어링 등을 담당하는 회사로서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이 R&D 인력 유치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조선 계열사 관리에 효율적이라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특히 스마트십, 자율운항 선박, 친환경 선박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우수 R&D 인력 유치와 엔지니어링 역량 발전으로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킴으로써 현대중공업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고, 이는 수주 증가와 고용 증가로 이어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공장 등 사업장 이전이 없고, 울산에서 타 지역으로 근무지가 변동되는 인원도 당초 한국조선해양에 소속되는 500여 명 중 50여 명으로 정했으나 이마저도 전면백지화 해 인력유출은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 신설로 수백억 원 규모의 취·등록세를 납부해 지방세수가 크게 늘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가 분할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지난 4년간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해왔는데, 분할 후 또다시 경영상황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중복 업무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회사는 올해 초 타결한 2018년 임단협에서 올해 고용유지를 이미 합의했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을 수차례 밝힌 만큼, 노조의 고용불안 우려는 과도하다고 항변한다. 또 향후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의 공동 발표문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와 같이 자율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중복 업무 및 사업으로 인한 구조조정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로서는 이같은 회사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분할이 가시화되면 근로조건이 저하되는 등 조합원들의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는 경영진 담화문과 사내 소식지 등을 통해 분할이 되더라도 기존의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제도 등이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아무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 노사 협의를 통해 논의하자며 노조에 노사협의체 구성을 수차례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물적분할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것이라면, 분할하지 않고 현대중공업이 직접 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인수하면 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회사는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산업은행과 합의한 방안으로, 현대중공업이 직접 인수할 경우 현대-대우 간에 모자관계가 형성되어 상호 독립경영을 보장할 수 없으며, 각 사의 사업위험이 전이될 경우 연쇄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현대중공업지주가 인수하는 경우에는, 조선 계열사들을 하나의 사업군으로 통합할 수 없어, 향후 추구하고자 하는 핵심사업 경영효율화 및 경쟁력 강화 계획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물적분할을 놓고 현대중공업 노사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물적분할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과 합의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를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노조가 반대 투쟁을 통해 합법적인 물적분할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전혀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조가 대안 없는 반대만 하기보다는 회사의 노사협의체 구성 제안에 응해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금과 같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갈지, 보다 냉정한 입장에서 향후 기업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게 조선업계의 진단이다. 노사 모두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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