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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도시가스 안전 점검원이 업무 도중 한 남성에게 감금, 추행 위기를 당한 트라우마로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당시 안전 점검원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의 초동 대응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여성위원회 등 3개 노동 단체는 2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와 경동도시가스는 가스 점검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가스점검 업무를 대행하는 대다수가 여성이며, 고객의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성희롱과 추행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개인별 매월 1,200여  건에 달하는 점검 건수가 배정되고 97%를 완료하지 않으면 임금이 삭감되는 성과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강행할 수 밖에 없다고 단체들은 설명했다. 

단체는 "현재 도시가스 고개서비스센터에서 마련한 가스검침원 성희롱 대책 매뉴얼을 보면 신체적 접촉을 시도할 경우 신속히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함을 알리고 자리를 피한다 등을 명시해 놓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및 재발방지 계획 수립과 가스요금에 포함된 인건비 결정의 책임이 있는 울산시에 안전점검업무에 대해 2인 1조 근무체계를 요구해 왔지만 사측과 시는 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토로했다.

또 해당 노조는 가스 점검 업무 도중 남성에게 강금, 추행 위기를 당한 점검원이 지난 17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착화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당시 대응을 했던 경찰들이 즉시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대식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장은 "피해자 발견 당시 집안에 연기로 가득 찬 상황에서 피해자는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경찰들은 바로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119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장 보존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2명은 이 같은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옆집 남자 분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를 이불에 싸 1층으로 구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공무원들 간 상황에 따른 메뉴얼이 있겠지만,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고 당시 동료들이 구출하지 않았다면 골든 타임을 놓쳤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해당 피해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6분 만에 피해자를 구조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신고자와 16시 14분께 위치를 추적하고, 16시 20분께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문을 개방하고 욕실에 있던 피해자를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구조했다"면서 "자살기도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몸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119 구조대와 공동대응을 하기로 돼 있는데, 그 과정에서 현관까지 피해자를 옮기고 난 후 119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6시 18분께 119구조대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는데, 문을 개방하고 나서도 구조대가 오지 않아 피해자 상태가 위급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경찰차를 동원해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면서 "위치 추적 후 6분만에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덧붙였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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