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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3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정국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에 대한 국회 복귀 명분으로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유감 표명'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처리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당과의 대립은 더욱 또렷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조속한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한국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지만, 그것을 뒤로하고 시급한 민생과 경기 대응을 위해 나선 협상 길이었다"며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장외로 나섰다면 민생을 위해 주저 없이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경제가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제1야당이 장외투쟁하는 것이 맞느냐"며 "국회를 마비시켜 정부·여당의 경제회복 노력에 발목잡기를 일삼고 민생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방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절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강경론'이 힘을 얻은 민주당의 의총 결과 등에 관해 일체 언급을 삼가고 대여 공세에만 주력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경찰의 '버닝썬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이 등장해 모든 수사가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닌가, 맥없이 멈춘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윤 총경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고, 2017년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해 맥없는 수사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총 결과에 대해 "사실 여당이 여당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며 "여당이 아니라 야당 같은 여당의 길을 가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현재 여당 내부 사정을 보면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이상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전은 없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재에 앞장선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거대 양당이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한국당에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고소·고발 취하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들어오라며 백기투항을 권유하면 어떻게 상황이 진전되겠느냐"며 "한국당도 할 만큼 했으니 상대가 받아들일 리 없는 제안을 거두고 패스트트랙 합의 처리 추진을 약속받는 선에서 국회 복귀의 루트를 찾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각 당 내부의 백가쟁명식 요구를 모두 담을 수 없으니 전권을 가진 원내대표 간 담판으로 국회 정상화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서울=조원호 기자 usc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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