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여성 가스 안전점검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여성 아르바이트생 점검원도 봉변을 당했다. 

26일 경동도시가스고객센터 분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30분께 여성 가스 안전 점검원 아르바이트생 A(40대 중반)씨는 울산 북구 한 원룸에 업무를 나갔다가 치욕스러운 일을 겪었다. 

A씨가 점검을 위해 해당 집에 초인종을 누르자 한 남성이 몇 분 뒤 나체 상태로 문을 연 것이다.  A씨는 깜짝 놀라 원룸에서 도망치듯이 나온 뒤 다른 안전점검원과 사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사측은 업무용 휴대폰만 회수해 갔을 뿐 A씨에 대한 정신적 치료 등 사후 대책에 대해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분회 측은 설명했다. 김대식 경동도시가스고객센터 분회장은 "사측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점검원 2인 1조 운영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피해를 겪은 점검원들을 보살펴 줄 수 있는 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A씨는 업무를 중단하고, 정신적 충격으로 집에서 요양 중이다. 이처럼 여성 가스안전점검원 성추행 피해가 잇따르자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24일 국민청원에도 게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감금, 성추행에 무방비 노출되어 자살시도까지…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의 안전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청원 글에는 그동안 점검원들이 겪었던 성추행 사례가 담겼다.  

가스레인지 쪽에서 점검하고 있는데 남성이 다가와 몸을 밀착해 비벼대길래 점검원이 "떨어져 있으라"고 했지만, 이 남성은 보일러실까지 따라와 여성의 몸에 신체 일부를 갖다 대고, 나가려는 점검원을 막아서 안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점검하러 갔더니 남성이 음란행위를 하며 점검원을 쳐다봤다', '문이 열리더니 남성이 나체로 서 있었다', '회사 기숙사 점검을 갔더니 남성들이 웃으면서 몸매 평가를 하면서 희롱했다'는 사례 등도 있다.

앞서 지난 17일 이 같은 일을 겪은 한 점검원은 정신적 충격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청원인은 당사자가 이 사례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조사하기 애매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성희롱 사례를 신고했더니 경찰이 '몸에 터치도 없고, 추행이 없어 조사하기 애매하다'고 대응했다"며 "가해 남성은 최근까지도 길 가던 여성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 등 경찰서에 여러 번 온 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범죄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26일 오후 3시30분) 해당 청원은 4,800여 명이 동의했다. 정혜원기자 usjhw@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