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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적 분할'로 탄생하는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입지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연일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물적분할은 말 그대로 법인을 분할하는 절차다. 법인 분할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다. 대우조선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공동출자를 통해 대우를 민영화하는 안을 수용하면서 대신 물적분할 조건을 내걸었다. 대우와 현대의 입지를 동등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현대와 별도로 설립하라는 것이 물적분할의 골자였다.


그러면서 지주회사로서의 운신의 폭을 감안해 이를 서울에 두라는 것도 조건에 포함시켰다. 그러자 울산시·경제·정치권·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한국조선해양의 서울 설립은 현대중공업의 본사이전이나 다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제발 살아남아 주기'를 염원하던 지역사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조선업의 수주절벽으로 동구와 지역전반의 경기 몰락을 겪을 때만 해도 현대의 회생만을 손꼽았던 울산이었다.


대우와의 기업결합은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해 현대가 돌파구로 삼은 유일한 방안이다. 이번 기회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입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중국 등 신흥국에 또 다시 속절없이 밀려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울산의 반대로 한국조선해양의 설립이 무산되면 결국 대우인수와 한국조선업 부활도 없던 일이 된다. 물적분할 문제를 기업 분리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좀 더 입체적인 시각에서 봐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인분리를 허하고 울산이 세계 최강 조선도시로 재도약할 것인지, 온전히 울산이 끌어안는 대신 다시 선박수주 보릿고개를 걱정하고 살 것인지부터 다시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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