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 울산신문
  • 승인 2019.05.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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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관련해 노사 간 충돌로 결국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 오후 2시 30분께 본관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500여 명이 한꺼번에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사측 100여 명이 막아서면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노조는 또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했다. 노조 조합원 수백 명이 주총 개최 장소인 한마음회관 안으로 들어가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주총장을 안에서부터 막고 오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본관에서 발생한 유혈충돌은 직원 7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1명은 실명 위기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노조 역시 조합원 수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회사 측은 향후 폭력 사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주총장을 기습 점거한 것은 법원이 오는 31일 오전 8시부터 노조의 주총 방해 행위를 금지하자 주총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이 전국금속노조·현대중공업 노조·대우조선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금지 대상은 주주 입장을 막거나 출입 경로를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회사 측 인력 출입을 막는 행위, 단상 점거, 물건 투척 등이다. 재판부는 노조가 이를 어길 시 1회당 5,000만 원을 지급도록 했다. 

여기에다 노조의 파업이 본격화되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현대중공업지부와 조합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중 불법행위로 협력회사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를 멈추어줄 것을 호소했다. 협의회는 호소문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최근 생산공정에 지장을 줄 목적으로 수백 명의 시위 조합원이 공장 안에 들어와 전기를 끊고, 가스밸브를 차단했다"며 "사내 협력사가 입은 막대한 피해는 물론이고, 영문도 모른 채 시위 조합원으로부터 봉변을 당한 협력사 직원들의 억울함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냐"고 밝혔다.

사안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갈등해소 보다는 갈등의 당사자가 되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정의당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빌미로 재벌 경영승계에 나서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합병을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내놓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역시 "경영 효율성을 내세운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부 자유한국당 지역구 의원들도 이에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다. 정치가 지역사회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올법한 대목이다. 여기에다 울산시와 구군, 지방의회도 갈등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감정적 호소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핵심은 법인 분할의 진실이다. 현대중공업은 스스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했던 적이 없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남을 살리기 위해 거제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이 인수하도록 몰아붙인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의 입김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법인분할이라는 합병 조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우조선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공동출자를 통해 대우를 민영화하는 안을 수용하면서 대신에 물적분할 조건을 내걸었다. 대우와 현대의 입지를 동등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과는 별도로 설립하라는 것이 물적분할의 골자였다. 그러면서 지주회사로서의 운신의 폭을 감안해 이를 서울에 두라는 것도 조건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분할 후 현대중공업이 울산을 떠나느냐는 점이다. 팩트는 그런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줄기차게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울산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주사의 본사를 어디에 두느냐가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으로 변질된 상황이었다. 뒤늦게 이를 파악한 쪽은 현중 본사 이전 반대를 지주사 본사를 울산에 두라는 쪽으로 목소리를 바꿨다. 하지만 노조는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본사를 서울에 두게 되므로 결국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지역의 세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분할 후에도 울산에 유지할 예정이며 공장 이전 없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수행하므로,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소재지를 두고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이전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 보면 결국은 불신이 문제의 핵심이다. 문제는 불신을 풀어가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어떤 폭력도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폭력사태는 또 다른 폭력을 부르기 마련이다. 더 이상의 폭력사태는 울산시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노나 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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