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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결정지을 임시주주총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분할해 존속회사로 하고, 현대중공업을 신설회사로 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 절차로 중간지주사 주식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영향력 커져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쪼갠다.


한국조선해양이 존속회사, 현대중공업이 신설회사다.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체제가 구축된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주들은 한국조선해양의 주주가 된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현물 출자를 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를 신규 발행해 지급한다. 대우조선해양을 넘기는 대가로 산업은행은 조선합작법인 주식을 받으며 2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주주들에게 물적분할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참석주주의 2/3, 전체 의결권의 1/3 이상이 동의를 해야 가결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의결권의 1/3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주주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특별결의 가결을 위한 조건이 이미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물적분할 성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주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국민연금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 지분 9.3%를 소유해 현대중공업지주에 이은 2대 주주이며, 현대중공업지주 주식도 9.62%를 가져 정몽준 이사장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으로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판국이 됐다.


국민연금은 당장 물적분할에 대한 전적인 결정권을 갖진 못하더라도 스튜어드십을 내세워 향후 현대중공업과 지주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이같은 매커니즘상 국민연금의 입장은 결국 주총에서부터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현대중공업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2월 현대중공업 사업부문을 4개의 독립회사로 분할하는 주총 안건에 찬성하면서,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3대 주주로 올라서는데 힘을 보탰다. 이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제외한 대부분 안건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이번 물적분할을 놓고서는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거센만큼 국민연금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어떻게 판단할 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은 물적분할로 신설 사업회사에 부채 7조원이 넘어가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한국조선해양이 서울에 설립되면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는 것이나 다름 없고, 이는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자문 용역을 제공하는 기관 내부에서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기적 주주이익 측면에서 봤을 때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불균형 자산분할로 부채를 떠안게 되는 신설법인의 경영악화로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현대중공업의 수요독점화가 기자재 교섭력 악화로 이어져 산업이 정체되는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 주총 끝난 뒤 결정 내용 공개 예정
박 교수가 위원으로 활동중인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위탁기관이다.
이곳에서 제출된 의견서는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의결권 행사의 주요 근거가 되는데 이번 안건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29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판단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반대측 주장은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성공적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일감과 고용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며 "기업결합 마무리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응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용은 주총이 끝난 이후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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