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창녕에서 따오기 10마리가 우포 하늘을 날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 야생 방사 행사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의 따오기 복원 노력은 눈물겹다. 지난 2008년과 2013년 중국이 기증한 2쌍이 출발점이다. 무수한 난관을 뚫고 인공 증식을 통해 360여 마리 이상을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자연방사였다. 인내가 필요하고 적응기간은 더 오래 결렸지만 드디어 해냈다. 따오기는 우리의 새다. 10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및 러시아 극동지역 남부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거나 번식을 하는 흔한 토종 새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밀렵과 DDT 같은 살충제나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해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개체군이 급격히 감소해 1979년 파주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국내에서는 멸종했다. 멸종한 따오기를 중국에서 기증받아 복원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고 이제 그 성과가 자연방사로 나타났다. 

지난겨울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인 중면 횡산리 빙애여울 인근 야산에는 100여 마리의 두루미가 관찰됐다. 민통선 내 임진강은 세계적 희귀조류이자 대형 조류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의 겨울철 삶의 터전이다. 두루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이다. 넓은 의미로는 두루미목 두루미과 조류의 총칭이며 좁은 의미로는 본문 상단의 두루미를 의미한다. 옛날부터 몸통의 흰 색깔과 꼬리와 목 부분의 검은색, 그리고 머리 부분의 붉은 부분의 조화가 절묘하고, 수명이 굉장히 길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학(鶴)이라고 부르면서 사람들이 좋아했다. 민간 신앙에서는 신령한 새로서 신선이 타고 날아다니는 새로 흔히 알려져 있다.

울산이 학과 친숙한 이유는 바로 이 같은 민속학적인 바탕 때문이다. 울산의 역사에는 신라 말 박윤웅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박윤웅은 신학성(神鶴城) 장군이라 불리며 학과 관련된 설화가 만들어냈다. 문헌에 따르면 신라 901년(효공왕 5) 쌍학(雙鶴)이 온통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서 울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박윤웅은 신학성 장군으로 신성시됐고 울산의 곳곳은 학과 관련된 지명이 넘쳐났다.

바로 이 학이 두루미다. 얼마 전 울산대공원에서 우연히 소풍 나온 울산시민들과 울산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울산의 역사와 울산대공원이 만들어진 뒷이야기를 하다가 30년 전에 울산으로 이사를 와 이제 울산이 고향이 됐다는 50대 남자분이 질문을 던졌다. 아들이 학성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울산은 왜 학성공원과 학성동 등 학과 관련된 지명이 많은지 물어왔다. 이참에 울산을 대표하는 새가 뭐냐고 반문하자 그는 곧바로 학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한 여자분이 무슨 소리냐며 백로가 울산을 대표하는 새라고 반박을 했고 그 옆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시민은 백로가 학이고 학이 백로 아니냐며 갸우뚱했다.

두루미와 학은 같은 말이지만 백로는 학과 완전히 다르다. 참고로 울산의 대표 조류는 백로다. 마땅히 학이 울산을 대표하는 새가 돼야 하지만 울산에는 학이 없다. 태화강 십리대숲 한켠에 백로의 집단서식지가 있다. 여름 한 철 백로 서식지는 요란하다. 여름이 깊어 가면 이 일대는 새로운 생명과 대숲의 녹음이 융합해 신선도원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울산에는 학이 없다. 두루미라는 이름은 "뚜루루루~, 뚜루루루~"라고 우는 울음소리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두루미는 라틴어로 그루스, 일본어로 츠루라고 하는데, 이것도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82년 6월 지폐로 사용하던 500원을 동전으로 바꿨다. 바로 그 동전에 새긴 그림이 학이다. 일본에서도 1984년 발행한 천 엔 구권 뒷면에 학이 그려져 있다.

울산에서 학이 사라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단정학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7년 12월 12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한 미나리꽝에서 날개를 다친 상태로 재두루미 1마리가 발견됐다. 겨울 철새로 평소에는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방과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 동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10월 하순부터 월동하는 두루미과는 점차 발견 횟수가 많아지는 추세다. 천연기념물 제202호(1968년 5월 30일)로 지정된 학은 야생에서는 이제 1,500여 마리 남짓하게 남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재두루미 종류로 울산 사림들이 생각하는 머리가 붉은 단정학은 아니다.

단정학의 머리색은 평소에는 붉은색이지만 기분에 따라 그 면적과 색깔이 변하기도 하며, 화나면 정수리가 더 붉어진다. 왜인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단정학을 신앙시하고 매년 첫날에 두루미가 날아가는 것을 보기를 소원했다. 실제로 오카야마 같은 경우는 관광자원이라고는 거의 전무했지만 두루미 복원 이후 관광 콘텐츠가 두루미로 자리 잡아 이제는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명소가 됐다. 몇 해 전 일왕이 두루미가 새해 첫날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을 보러 오자 오카야먀는 유사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몰려 며칠 동안 두루미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장기의 문양을 닮은 새라 신성시한 일본은 지난 1956년 중국이 오카야마 현에 기증한 단정학 한 쌍으로 두루미 복원에 성공했다. 바로 그 두루미를 지난 2008년 10월, 경북대학교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두 쌍을 기증받아 복원에 나섰다. 100여 마리로 늘어난 8종의 두루미는 이 연구소의 박희천 박사의 노력으로 복원에 성공했다. 울산에서도 학춤으로 유명한 김성수 박사가 박 교수를 연결해 학을 복원하려고 노력 중이다.

얼마 전 울산시가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 참여 협약식'을 열고 시민단체와 기업체, 공공기관이 태화강변에 대나무를 더 넓게 더 많이 심어나가는 사업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태화강에 있는 십리대숲을 백리로 넓히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대숲의 면적을 넓히는 일은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콘텐츠다. 확장한 태화강 백리대숲을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가는 면적의 확장보다 중요하다. 무엇을 담아내기 위해 십리를 백리로 늘이는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바로 그 핵심이 학이다.

최근 울산 중구가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가운데 하나인 학을 이용한 관광콘텐츠 개발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울산시도 학의 복원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모두 반가운 이야기다. 하지만 중구난방식 학 콘텐츠 선점은 의미가 없다. 이미 울산 남구는 일본 오카야마와 학의 복원과 관리에 상당부분 진전된 협의까지 마친 상태지만 지방정권이 바뀌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울산에 학이 다시 날아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시베리아 극동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두루미 루트의 중간 기착지가 울산이다. 한때 수천 마리의 학이 시베리아에서 날아 울산을 거쳐 일본으로 향했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지역 곳곳에서 울산의 원형을 발견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반구대암각화이고 선사문화 1번지인 대곡천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울산은 동쪽 무룡산부터 서쪽 문수산까지 한반도의 광활한 산자락이 동해로 뻗어가는 종착지다. 그 산세에 굽이친 다섯자락의 강이 동해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은 가히 비경이다.

경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울산은 원시시대부터 온갖 식생의 보고가 될 자산을 갖춘 셈이다. 그 흔적이 공룡 발자국과 고래유적, 학과 관련한 것으로 전설로 남아 이 땅이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고 웅변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은 오래전부터 학이라는 신성시된 새의 영역이었다. 학성부터 무학산, 회학, 회남, 학남리, 무학들, 비학 등 학 관련 지명이 무수하다. 아마도 오래전 울산은 태화강, 회야강, 외황강이 동해로 흘러가며 늪지가 발달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학이 삶의 터전을 잡았는지 모를 일이다. 남구의 삼산벌과 달리는 한 때 학 천지였다. 문제는 그 많던 학이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 그 복원을 시작할 시점이다. 태화강에 백리대숲을 만들겠다니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백리대숲의 킬러 콘텐츠로 학을 세우고 국가정원 상징으로 학의 울음소리를 울산하늘에 울리도록 해야 한다. 살아 있는 학을 울산 하늘에 날게 하고 도로 곳곳에 학의 울음 소리를 소리 콘텐츠로 복원해야 한다. 학의 문양은 고래와 함께 브랜드가 되도록 해야 하고 사라진 이야기와 잊혀진 전설을 복원해야 한다. 물고기의 눈과 옌산(燕山)에서 나는 돌은 구슬처럼 보이지만 구슬이 아니라는 어목연석(魚目燕石)은 본질이 아닌 것을 진짜처럼 꾸며서는 그 가치가 발현되지 못한다는 경구다. 문화의 원형, 그 뿌리를 확장하는 작업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