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을 장악한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울산시의회에서 또 다시 '갑(甲)질'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엔 공무원이 아니라 시청사 내 중증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카페 직원이 시의원의 갑질에 당했다.

 


물론 갑질 당사자로 지목된 여당 소속 시의원은 29일 오전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처음에는 "결코 갑질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으나, 구체적인 정황을 들이대자 "기분이 나빴다면 찾아가서 사과하겠다"며 사실상 갑질을 실토했다.

이 당사자는 시의회 산업건설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시우 의원이다.

사건은 시의회 제204회 임시회 마지막 날 본회의가 열린 지난 28일 점심시간에 일어났다.

이날 오전 본회의를 끝낸 이 의원은 당 소속 동료 시의원들과 단체로 시청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시청 제2별관 1층 민원봉사실에 입주한 중증 장애인이 일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 8명과 함께 카페에서 음료를 시켜먹고 자리를 정리한 뒤 빨대 종이포장지를 처리하는 행위가 화근이 됐다.

카폐 직원은 이 의원이 종이포장지를 말아 고의로 던진(튕긴) 것이 배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이 던진 종이 조각을 맞은 직원은 카페 매니저이고,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운 사람은 장애인 직업교육을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파견된 근로지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휴지통이 없어서 직원에게 건넸을 뿐"이라고 부인하면서도 "그런 저의 행동으로 기분을 상했다면 직접 찾아가서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시의원 중 누군가 카페 영업이 잘 되는 것을 비꼬듯 '여기는 살만 하네'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행위가 갑질 논란으로 비화되자 이 의원은 이날 안도영 운영위원장에 이어 황세영 의장과 두 차례 카페를 찾아가 사과를 건넸지만, 갑질 피해자인 카페 직원은 CCTV를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겠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기에 따라선 이 의원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시의원의 갑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를 키우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초 산업건설위원장인 장윤호 의원이 의회사무처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에 이어 연말 주민자치위원회 송연회 폭행 의혹 사건까지 발생했고, 잇단 구설수가 채 매듭지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의 이번 '카페 갑질'이 불거지면서 사상 최악의 '갑질 의회'라는 오명을 자초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의원이 돌출 행동을 한 이날은 시의원의 갑질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울산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는데, 채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갑질로 조례 개정의 의미는 온전히 퇴색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 의원의 행동으로 카페 직원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현장에는 바리스타 교습을 받는 장애인 교육생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받았을 모욕감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갑질은 없었다고 부인했던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시의회 프레스센터를 찾아와 "휴지통이 없었서 종이를 직원에게 건넸는데, 이 행동이 시의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면 내가 사과하겠다"면서 "곧바로 의장님과 함께 찾아가서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사과하겠다고 찾아간 카페에선 "종이를 던진 사람이 내가 맞느냐"고 직원에게 되묻는 등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