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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기로 최종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극단으로 대치하며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찬성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주총 결과도 안건 통과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 분석이다. 

# 경총 "조선업 발전위해 물적분할 찬성"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현대중공업의 '분할계획서 승인·이사 선임' 안건을 심의한 결과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물적분할로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의 기존 주주권리가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분할 신설회사가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고 수탁위는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회사를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이달 3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 "노조파업, 이해 할 수 없는 행보" 비판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후 이어진 후속 조치다. 이번 안건은 특별 결의사항이다.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전체 발행 주식(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은 승인된다. 

현대중공업 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지주 30.95%, 국민연금 9.35%, KCC 6.6%, 아산사회복지재단 2.38%, 아산나눔재단 0.61% 등으로 구성된다. 일단 특수관계인 지분이 약 34%로 전체 의결권의 찬성 비율은 충족할 것으로 점쳐진다. 

# 노동계, 법인분할 반대·전국 연대 호소
관건은 출석주주 찬성이 3분의 2를 넘을지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통과 가능성은 이전보다는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도 현대중공업 주주들에게 이 회사가 추진 중인 회사분할에 찬성할 것을 권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총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민연금이 찬성하기로 결정하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모두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임시 주총에서 안건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경영계도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과 이를 위한 물적분할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적이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우리 기업들 간 과당 경쟁에 따른 출혈 수주, 생산설비 과잉, 핵심 원천기술 부족, 고임금·저효율이라는 산업구조적 문제로 인해 국제경쟁력이 하락하고 대규모 영업손실과 고용감축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임시주총 저지 총력대응 선언
경총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맞선 노조 파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경영측면이나 노사관계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라며 "이 과정에서 회사가 고용안정과 단협 승계까지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기업결합과 물적분할을 강력하게 저지하는 것은 국민 경제 차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노조의 파업을 두고 "갈등적·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의 명백한 증거"라며 "ILO 핵심협약 비준 사안과 결부된 노동계의 단결권 확대 요구는 기업단위의 노사관계 문제를 현재보다 더욱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영계·노동계 극단 대치 갈등 고조
노동계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16개 지역본부 본부장 공동성명서를 내고 30일 열리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저지, 대우조선 매각 저지 영남권 노동자 대회'에 전국적 연대를 호소했다. 금속노조도 이날 발표한 총력투쟁선언을 통해 31일 열리는 현대중공업의 임시주주총회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에 편입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분할 안건이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주총을 통과하게 되면 회사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뉜다.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소를 병렬적으로 거느리게 된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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