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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주부터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노사 교섭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올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열었다.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는 "국내공장 생존과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니 어렵지만, 역지사지 자세로 노사 교섭에 임하자"고 말했다. 하부영 노조 지부장은 "추석 전 타결이 목표"라며 "불필요한 교섭보단 압축 교섭을 하자"고 말했다. 하 지부장은 "특히 정년연장 관련 요구안은 정부 방침도 변화하고 있으며, 현장기대감도 높으니 노사 간 미래지향적인 답을 찾자"고 덧붙였다. 

노조 임단협 요구안은 기본급 대비 5.8%인 12만 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임금인상, 당기 순이익 30% 성과급으로 지급 등이다. 노조는 또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바꾸는 안을 회사에 요구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 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도 있다. 또 사회 양극화 해소 특별요구안으로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근절, 최저임금 미달 부품사에 납품중단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특히 노조는 올해 단협에서 '고용세습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는 안도 냈다. 노사는 지난 2011년 9월 교섭에서 '정년 퇴직자 또는 25년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와 일반 입사 지원자 조건이 같으면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취지의 합의를 했다. 이 조항이 시행된 적이 없어 사문화됐지만, 조항 자체가 남아 있어 논란 소지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 길목에서 맞닥뜨린 올해 현대자동차 임단협은 미래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여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임금과 성과급은 물론 4차 산업시대의 고용문제와 통상임금, 정년연장 등이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작 올해 교섭의 화두는 다가올 미래의 '생존'임을 노사 모두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자동차산업은 '100년 만의 대변혁'으로 요약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기차 등이 내연기관을 급속히 대체하고 자율주행차 역시 그 발전속도가 광속구 수준이다. 또한 공유경제 확산으로 완성차업체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거나 로봇이 인간작업자를 대신하는 형태로 생태계가 바뀌면서 인력 감소와 작업기술 변화를 요구하는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선진업체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노조도 인력문제와 관련해 미래지향적으로 사고의 방향을 옮겨야 한다. 자연감소 인원 덕분에 인위적 구조조정 염려 없이 자연스럽게 미래의 고용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노사가 자문위원을 구성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점은 희망적이나 단순히 자문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생존을 타깃으로 한 소기의 결과물이 도출돼야 한다. 

올해는 임금과 성과급 지급에 포인트를 맞춘 교섭이 돼서는 곤란하다. 아울러 해묵은 과제인 임금체계 개선을 매듭짓는 것도 중요하다. 임금체계 개선은 근래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해마다 강조됐던 '위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게다가 '대변혁'으로 인해 주변 환경은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기술력 열세인 우리가 현재의 만족을 위해 성과분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생존에 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의 키를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차업계는 100년 만의 대변혁에서 살아남고자 저마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피아트크라이슬러와 르노가 합병을 추진하는 등 생존을 위해서는 합종연횡도 불사할 만큼 4차 산업시대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진업체들은 대규모 인력 감축과 비효율 생산공장 정리에 들어가는 등 미래 위험요소 제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에 비해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업체의 행보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공장의 퇴출은 물론 인기차종 증산이나 이관도 노조의 벽에 막혀 즉각적인 시장 대응이 불가능하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선진업체 뒤만 쫓아다니며 후발주자 신세를 면치 못한 과거의 전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노조도 이같은 구태의연한 자세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당장의 이해관계보다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우리 자동차 시장의 미래가 존재한다. 울산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최근엔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문제로 지역 사회가 갈등의 골이 깊다. 무엇이 지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올해는 명분만 내세운 투쟁이나 보여주기식 파업을 지양하고 대승적 차원의 노사 상생의 임단협이 이뤄지기를 노사 모두에게 기대해 본다. 파업 없는 타결이 이뤄지기를 울산시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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