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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호이랑' 공연 장면.
지난달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호이랑' 공연 장면.

 

가녀린 발레리나의 나풀나풀 움직이는 몸짓. 순백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낭만적인 군무. 발레공연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모습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하지만 이처럼 익숙한 클래식 발레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창작 발레극 '호이 랑'은 조금 색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검무 펼치는 발레리나 당찬 모습
클래식 발레 벗어난 색다른 무대

 
# 동서양 아름다움 조화
지난달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국립발레단의 '호이 랑'은 발레라는 서양의 춤을 한국적 소재로 풀어낸 창작 발레극이다.


 극은 대한제국 시대의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극한 효심과 사랑을 담은 여성 '랑'의 성장 드라마를 그린다.


 '호이 랑'은 발레 작품으로는 드물게 연출가와 협업하면서 스토리 부분에 힘을 실었다. 그 덕분에 말로 전달하는 대사 한마디 없지만 춤과 음악만으로도 쉽게 서사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호이 랑'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화려한 군무다.
 칼과 활을 든 채 검무를 펼치는 발레리나의 당찬 모습, 발레리나의 군무보다 발레리노의 역동적인 군무가 더욱 자주 등장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시각적인 볼거리에 더해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용의 지휘로 펼쳐지는 80인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는 극의 몰입감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하지만 어려운 역경을 딛고 위대한 인물로 성장, 군인으로서 공적을 쌓고 인정받은 '랑'임에도 결국 사랑으로 결실을 맺는 다소 진부한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극 후반부에 '정'과 '랑'이 추는 우아하고 매혹적인 파드되(2인무)는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 한국형 창작발레로 성장 기대
특히 이번 공연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국립발레단의 신작을 서울이 아닌 지역 무대에 먼저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서울에서 상연된 공연을 지역에 초청하는 일반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울산문화예술회관은 1년여 전부터 국립발레단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수준 높은 타 지역의 창작극들을 지역에서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호이 랑' 또한 지역과 서울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한국형 창작 발레'로 잘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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