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법인분할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주총 장소와 시간을 긴급 변경해 분할계획서 승인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법인분할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주총 장소와 시간을 긴급 변경해 분할계획서 승인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물적 분할을 승인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성사를 위한 국내 변수를 넘었다. 양사의 결합이 완료되면 압도적 세계1위의 조선사 탄생이 현실화 된다.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위용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다만 국외 변수인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최대 난제로 남아 있는데다, 노조와 지역 정치권의 반발도 지속되고 있어 '메가 조선소'의 최종 탄생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시장 점유율 21% '메가 조선소' 성큼
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계획서 승인 △사내이사 선임 등 총 2개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총 주식수의 72.2%인 5,107만여 주가 참석, 1안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참석 주식수의 99.8%가 찬성했으며, 2안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참석 주식수의 94.4%가 찬성표를 던졌다.


 분할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회사인 '현대중공업' 2개 회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 및 투자, 미래기술 R&D 등을 수행하는 기술중심 회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조선 시장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결합 하면 세계 시장 5분의 1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국내 3사의 출혈 수주가 사라지면서 수익성이 개선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 경쟁국 독과점 문제 반발 가능성
다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현실화되기 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최대 변수는 기업결합 심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합병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중순까지 실사를 마무리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EU와 일본, 중국 등 최소 10개 경쟁국의 기업결합심사를 제각각 통과해야 인수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해외 경쟁국들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는 각국 경쟁당국들이 이번 합병을 까다롭게 심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중국의 반대로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LNG(액화천연가스)선 시장 상황을 주요국에 어떻게 설명할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을 사실상 전부 빨아들이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을 합하면 작년 말 기준으로 1,698만9,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이고 점유율은 21.2%에 달한다.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1,114만5,000CGT·점유율 13.9%)과 2위 대우조선(584만4,000CGT·7.3%)이 결합한 결과치다.


 도크(선박을 건조하는 대형 수조) 수만 놓고 봐도 현대중공업(11개)과 대우조선(5개)이 합쳐지면 총 16개로, 경쟁상대가 사라지게 된다.

# 자체 실사과정 새로운 변수 우려도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현대중공업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대우조선 실사과정에서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본계약 체결 전 불거졌던 '영구채 논란'에서처럼 실사 과정에서 계약 전 알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실사과정에서 평가가치가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을 내리고 판을 뒤집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달 첫째 주는 현대중공업이 밝힌 바 있는 대우조선해양 실사 기간 마지막 주다.
 지난 3월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한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1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시작했다. 처음 실사 기간을 8주로 잡았던 현대중공업은 2주를 추가해 실사 기간을 10주로 늘렸다. 현대중공업은 정확한 회사 상황을 파악하려면 문서 실사 외에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노조 충돌 인한 현장실사도 차질
노조의 반발도 난제로 남아 있다.
그동안 회계법인 등을 통해 문서 실사,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열람 등을 해온 현대중공업은 실사 9주째인 지난주까지 현장 실사를 하지 않았다.
 실사단이 옥포조선소 진입을 시도하면 노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일찌감치 현장실사 저지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실사저지훈련을 하고 옥포조선소 정문 등 실사단이 들어올 만한 출입구를 지키며 감시하고 있다.
 법인분할 임시주주총회를 저지하려는 현대중공업 노조를 지원하려고 지난달 30일 울산으로 왔던 대우조선 노조원 200여명도 거제로 복귀했다.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도 대우조선 정문에 천막을 설치하고 실사 저지에 동참했다.


  대우조선 노조와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이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현장 실사를 막을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산업은행이 10여년 전 추진한 회사 매각 때에도 인수 후보 4개기업이 보낸 실사단을 막은 바 있다.
2008년 10월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한 한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4개 회사는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실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가 조선소 출입문과 헬기장 등을 봉쇄했다.
당시 실사단과 노조 사이 충돌은 없었지만, 현장 실사는 결국 무산됐다.


  지역 사회 반발도 변수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측이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노조가 봉쇄하자 울산대학교로 옮긴 것에 대해 주총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무효소송을 검토중이다. 만일 법원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합병일정에 큰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울산지역 60개 시민 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현대중공업 본사이전 반대를 위한 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삭발식을 가진 바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에 대우조선의 인수가 '재도약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국들의 방해를 이겨낼 수있도록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가삼현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가치를 최대한 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을 성사하고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